서울 송파구 아파트와 빌라, 경기 김포시 모텔 등 3곳에서 일가족 5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 “초등학생 딸은 살해 가능성”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전 7시 29분경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 A 씨가 추락했다는 행인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유가족을 찾기 위해 동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A 씨의 남편과 딸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투신 직전 경기 김포시의 한 모텔을 혼자 빠져나와 친정이 있는 잠실동 아파트로 이동했다고 한다. 모텔 폐쇄회로(CC)TV에는 전날(22일) 오후 10대 초등학생 딸과 함께 투숙하는 모습도 남아 있었다. 경찰은 딸이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고 A 씨가 모텔을 나오기 전 딸을 살해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평소 친정과 교류가 없었던 것 같다. 당일에도 투신 전 연락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A 씨의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는 송파구 송파동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가 투신한 아파트에서 직선거리로 1k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경찰은 22일 오후에서 밤 사이에 남편 등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빌라에선 A 씨 남편과 시누이가 각각 작성한 유서 2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채권·채무 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어머니가 최근 가족들과 살던 집 보증금을 빼서 A 씨에게 건네주고 이 빌라로 이사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 씨의 남편은 A 씨와 시어머니 간 금전 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최근에야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찾아간 이 빌라 앞에는 지난해 7월∼올해 8월 187만 원의 가스비를 연체해 공급을 중단한다는 안내장과 카드값 97만 원이 연체돼 추심업체가 보낸 고지서 등이 쌓여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과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A 씨를 제외한 4명은 부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금전 문제로 인한 가족 간 갈등이 사건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들의 금전 거래 내역을 추적 중이다.
● A 씨, 3개월 전 사기 혐의로 고소당해
한편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올 6월 3명으로부터 “2억7000여만 원의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까지 마치고 A 씨와 출석 일자를 조율하던 중이었지만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 씨가 가족과 지인 등에게 수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A 씨 부부가 최근 특정한 직업 없이 지냈던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의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최근 숨진 빌라로 이사 온 후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이 되는지 구청에 문의했지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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