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마음에 비상 연락망으로 학부모에 연락한 교사
연락망 사적 이용했다며 해당 교사 민원제기
한 아이가 어린이집 교사 집에서 몰래 들어가 햄스터를 훔쳤고, 이를 해당 부모에게 알리자 오히려 부모가 교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다.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사 집에서 도둑질한 7세, 제가 그만둬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강원도 춘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로 근무 중이라는 작성자 A씨는 “아이는 7세 반을 다니고 저는 5세 반을 맡고 있다”며 “동네가 좁아 같은 아파트에 딸 반 친구들이 산다. 그 중에 한 명이 놀고 싶다고 딸을 부르길래 집으로 초대했다”고 글을 시작했다.
A씨는 “노는 모습을 보는데 친구가 제 딸이 용돈 받는 걸 듣더니 지갑 위치를 묻고 저금통도 만지길래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런 건 알려주는 게 아니라고 설명해 줬다”며 “이후 마트에 가기 위해 다 같이 밖으로 나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장을 본 뒤 집에 돌아왔는데 햄스터가 없어져서 싸한 느낌에 CCTV를 돌려봤다”며 “제가 나간 뒤 (아이 친구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무언가를 들고 나가는 영상이 찍혔다. 비밀번호는 아이가 친구 마중 갈 때 누른 걸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이후 “아이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는데 나오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비상 연락처로 연락을 드렸다”며 “처음에는 ‘어떡하죠? 찾아볼게요’ 하더니 애가 집에 놓고 나왔다고 우기더라. 영상을 본 지인 등 전부가 애가 손에 뭘 들고 나갔네 하시는데 그 집 부모님만 아니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해당 부모와 통화에서 A씨는 “다른 것 필요 없고 아이들끼리 사과를 주고받은 뒤 햄스터만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니 ‘어쩌라는 겨냐’며 화를 내고 ‘내 아들 때리기라도 하라는 거냐’고 소리치더라”면서 “다시 연락을 드려 ‘제 아이가 사과 받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공손하게 말했다. 이후 부부가 오셨고, ‘우리 애가 주눅 들고 말을 못 할 정도여서 안 데리고 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거듭되는 사과 요청에 상대 부모는 아이를 데려왔고, 아이는 ‘미안해’ 한마디하고 놀이터로 향했다. 심지어 아이 부모는 상황이 대수롭지 않은 듯한 태도를 보였고 해당 아이의 아버지는 ‘애 단속할 테니 비밀번호 바꾸는 수고는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이후 근무지에서 더 당황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비상 연락망을 사적 용도로 이용했다며 아이 부모가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A씨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속상하다. 경찰서를 통해 신고하고 연락했어야 했냐”며 “아이 배려하는 차원에서 영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린 게 이렇게 민원의 대상이 될 줄 몰랐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빈집에서 작지만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급한 마음에 가지고 있던 연락처로 연락을 드렸다”며 “제 실수 인정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과도 없고, 제 직장동료들이 어머님의 항의를 듣고 있는 이 상황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비상시 사용하라는 게 비상연락망”이라며 “보통은 남의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지 않는다”, “부모도 아이도 정상은 아니다. 사과하기는 커녕 민원을 넣어? 세상 말세다”, “경찰 통해 알려왔으면 비상연락망이 이럴 때 쓰는 거 아니냐며 또 따질 위인이다”고 A씨를 위로했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지난 7월 25일~26일 실시한 설문조사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교권침해 접수 실태를 발표한 바 있다.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총 1만 1628건이 접수됐다. 교권침해 유형은 아동학대 신고·협박이나 악성민원 사례가 6720건(57.8%)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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