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소아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소아 의료체계 개선 후속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열악한 지방의 소아과 인력 유입을 지원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의료 현장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소아 야간진료 수가 최대 2배 인상, 소아과 전공의와 소아 분야 전임의에게 매달 100만 원 수련 보조 수당 지급,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확충 등은 긍정적이지만, 지방은 소아과 인력이 수도권에 비해 더 부족한데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워 차별화된 지원책이 없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는 내년부터 충남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국립암센터 등 서울을 제외한 5개 권역에 소아암 거점병원을 육성키로 했다. 하지만 소아암 거점병원을 만들어도 실질적으로 소아암 환자를 돌볼 의사가 없다는 지적이다.
부산의 A 소아과 교수는 “인력이 없는데 거점병원을 만들면 뭐하냐”면서 “부산에서 혈액종양 의사가 있는 고신대복음병원과 부산백병원 2곳 중 혈액종양 환자가 입원이 가능한 것은 현재 고신대복음병원 뿐”이라고 말했다. 또 “얼마 전에는 부산 동아대병원의 혈액종양 전문의가 전공의 없이 소수 인력과 일하다가 결국 사표를 냈다”고 했다. 해당 전문의는 해운대백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백병원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혈액종양 환자의 입원을 아예 받지 않고 있다.
소아암 거점병원을 운영하려면 소아혈액종양 세부 전문의 2명, 전담의 2~3명, 소아과 타분과 전문의 4~6명 등 최소 8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백희조 화순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료의 질을 높이려면 진료지원 인력도 담당 간호사 2명, 약사 0.5명, 영양사 0.5명, 사회복지사 1명 등 최소 4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그나마 있던 인력이 출장을 가거나 병가 등으로 부재할 경우 진료공백이 생길 수 있지만, 촉탁의(전담의)나 입원전담전문의는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져 인력 충원도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으로 환자가 안전을 위협 받고 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소아 의료체계를 개선하려면 차별화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지방은 정주 여건 등으로 수도권보다 의료 인력을 더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하려면 손, 발을 맞출 동료들도 일정 수준 필요한 만큼 수도권 병원들과 다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 교수는 “정부에서 내년에 11억5000만 원을 병원에 지원해 줄테니 인력을 뽑으라고 하는데 뽑을 사람이 없다”면서 “지금 인건비보다 120~150%는 더 줘야지 그나마 지원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곪아서 터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보다”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에 발표된 소아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후속 대책의 보완점으로 수도권 외 지방 의료 인프라의 유지와 인력 유입에 대한 지원 대책이 부족해 향후 차별화된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소아 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마 과장은 “순환보직으로 복지부 공무원들이 자주 바뀌고 있는 가운데 분야별 전문가 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매우 미숙하다”면서 “소아 응급·중증환자가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는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중증·응급소아 환자 이송 체계를 확립하고 중증·응급 환자를 돌볼 입원 전담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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