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0명 중 6명 “CCTV 달아야 한다면 수술실 폐쇄”

  • 뉴스1
  • 입력 2023년 9월 25일 16시 16분


코멘트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해야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된 2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 /뉴스1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해야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된 2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 /뉴스1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의사들이 93.2%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수술실 CCTV가 의료진의 근로를 감시하는 등 인권침해를 야기하고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25일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이 전면 시행되면서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협회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협회 차원에서 추가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회원들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시행했다”며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의협에 가입된 의사 1267명을 대상으로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의사 중 93.2%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반대했다.

이는 2021년 9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공포되기 두 달 전 의사 2345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내용의 설문에서 90%가 반대를 표한 것보다 조금 늘어난 수치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9.25/뉴스1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9.25/뉴스1
또 의사들은 본인이 의사 입장이 아닌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도 수술실 CCTV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다.

“본인과 가족 수술에서도 CCTV 촬영을 요청할 것이느냐”는 질문에 91.9%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의료진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가 51.9%로 가장 많았다. ‘의료진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 때문이라는 답변도 49.2%로 조사됐다.

‘진료 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44.5%),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42.4%),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37.6%)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CCTV를 달아야 한다면 수술실을 폐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절반이 넘는 55.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2년 전 이뤄진 설문에서 폐쇄 의향을 밝힌 의사가 2345명 중 49.9%였던 데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의사들은 수술실 CCTV 설치 대안(중복 응답)으로 △대리수술 처벌 강화 추진(64%) △수술실 입구에 CCTV 설치(39.8%) △대리수술 방지 동의서 의무화(39.2%) △자율정화 활성화(20.5%) 등을 제시했다.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수 의료 붕괴 현상을 앞당길 것이라는 의견도 90.7%에 달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대한의사협회 제공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동료들과 이야기했을 때 ‘이제 전신마취를 해야 할 환자들은 상급 병원으로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지금까지 1·2차 병원들이 어느 정도 수술을 감당해 왔는데 이제 다 대학병원으로 보내면 의료 전달 체계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또 수술 시 위험 상황이 생기면 의사가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술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회장은 “암이 임파선에 전이됐을 때는 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게 굉장히 위험한 수술”이라며 “CCTV로 보고 있다고 하면 과연 누가 소신껏 치료를 할 것이며 제대로 된 치료가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는 법이 시행된 첫날부터 큰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의협에 따르면 설치 운영이나 안전관리 조치 등에 관한 규정이 애매해 현재 협회에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들은 각 시군구 지자체 보건소에 문의를 해도 각각 기준들이 달라 혼란스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필수 회장은 “이런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6개월 이상 정도는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보건복지부에서도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에서 당장 오늘부터 이 법을 위반한다고 처벌을 가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현재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설치를 해야 하는 수술실은 몇 곳인지, 그중 몇 곳이 설치를 해놓았는지 등도 파악되지 않았다.

이에 복지부는 “시행일 이후의 설치 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자체 등과 함께 의료기관 현장 상황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직접 현장에도 방문해 시행과 관련한 현장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관계 단체와 협의해 현장 질의?건의사항 접수 창구 등을 운영하고, 시행 이후 의료계?환자단체 의견수렴을 위한 협의체 회의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