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장 출혈인데 치루로 잘못 진단하고 수술한 외과 의사가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 안희길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외과 의사 A 씨(41)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다.
안 판사는 “이 사건을 감정한 다른 의사는 내시경 검사가 제때 진행돼 지혈했다면 피해자의 나이가 비록 많았더라도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며 “피고인은 십이지장 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치루가 출혈의 원인이라고 속단해 수술했다”며 “피해자는 정확한 진단이 늦어져 숨진 경우로 피고인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안 판사는 또 “의사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행위에는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의 과실이 가볍지 않은 데다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유족이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2018년 6월 15일 인천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B 씨(사망 당시 78세)의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망 나흘 전 B 씨는 병원을 찾아 “최근 대변을 볼 때마다 검은색 핏덩이가 나왔다”고 A 씨에게 말했다. B 씨는 과거에 앓은 뇌경색으로 아스피린 약을 먹고 있었고 A 씨는 해당 약이 위나 십이지장에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B 씨는 항문 주변을 손으로 만져본 뒤 급성 항문열창(치루)이라고 오진했고 나흘 뒤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 이후 B 씨의 출혈은 계속됐지만 A 씨는 추가 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았다.
결국 수술 다음 날, 빈혈로 쓰러진 B 씨는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조사 결과 B 씨는 치루가 아닌 십이지장궤양으로 출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치루 수술 전 혈액 검사에서 B씨의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훨씬 낮아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주치의인 A 씨가 검사나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2019년 그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없다”며 “만약 과실이 있었다고 해도 B 씨 사망과 인과관계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4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A 씨의 오진으로 인해 조치가 늦어져 B 씨가 숨졌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와 의료계 안팎에서는 오진으로 환자가 숨진 의료사고로 의사가 법정에서 구속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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