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연루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검찰은 4시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을 준비하는 한편으로 부장검사를 포함해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검사 10여 명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 태세다. 이 대표 측도 판사 출신인 김종근 이승엽 변호사 주도로 변호인단을 꾸려 반박 자료를 준비하며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했다.
● 검찰 “이화영에게 민주당이 자필 서신 요구”
민주당에 따르면 단식을 끝내고 치료 중인 이 대표는 26일 오전 9시 45분경 서울중앙지법 서관 후문으로 변호인과 함께 출석한다. 보통 검찰은 영장심사 출석 피의자를 검찰청으로 불러 구인장을 집행한 후 법정으로 호송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의 건강과 안전 등을 감안해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고, 법원에 곧바로 출석하는 쪽으로 이 대표 측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심사는 서관 321호 법정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검찰은 영장심사에 대비해 약 1600쪽의 의견서를 작성했고, 이를 법정에서 보여줄 약 4시간 분량의 PPT도 준비했다. 심사에는 김영남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최재순 공주지청장 등을 포함해 대북송금·백현동 의혹을 수사해왔던 검사들이 대거 투입된다.
영장심사에선 이 대표의 ‘증거 인멸 우려’가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인 만큼 영장 발부 기준 중 하나인 ‘도주 우려’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에서 민주당 인사들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면회할 때 “위에서 써달라고 한다”며 자필 옥중서신을 요구한 정황을 언급하며 증거 인멸 정황을 강조할 방침이다.
이 대표 측은 김종근 이승엽 변호사를 중심으로 영장심사를 준비했다. 김 변호사는 2015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 변호사는 2017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로 퇴임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두 변호사는 이 대표가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018년 재판을 받을 당시에도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이 사건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또 민주당은 당 지도부 주도로 의원과 시도당 위원회, 지역위원회 등으로부터 ‘구속영장 심사 기각 요청 탄원서’를 모집해 법원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민주당의 이런 ‘장외 압박’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민주당의 압박이 오히려 사법방해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며 “지금은 법리로만 판단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역대 가장 긴 영장심사 가능성
이 대표는 영장심사 후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심사가 끝난 피의자는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치소에서 대기할 때 수형복은 입지 않으며 신체검사도 기본적으로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역대 가장 긴 영장심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97년 영장심사 제도 도입 이후 가장 오래 심사를 받은 피의자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 지난해 12월 2일 법원에 나온 서 전 실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5분까지 10시간 5분 동안 심사를 받은 후 이튿날 오전 5시경 구속됐다.
26일 영장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과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 앞에선 이 대표 구속 찬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앞에선 지지자 2000여 명과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의 집회가 동시에 열린다. 이 단체들은 오후 서울구치소로 장소를 옮겨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2880명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구치소 앞에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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