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전에 사고나면 소송 휘말려
인천서만 전세버스 2300대 취소
위약금 발생 땐 분담 방안 문제도
지난달 30일 인천 부평구에서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들이 부평구, 부평경찰서,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합동으로 어린이 통학버스를 점검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학교 현장 체험학습용 전세버스에 ‘어린이 통학버스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노란버스’ 논란으로 인해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 개정 추진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현장학습 취소가 잇따르면서 인천에서만 2000대 넘는 전세버스 계약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계약 취소 위약금 발생 시 교직원들이 분담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인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인천에서 초등학교 현장학습 취소 등으로 계약이 취소된 전세버스는 2320여 대로 파악됐다. 계약 취소 금액은 약 13억3000만 원에 달한다. 2학기 학교 현장학습이 통상적으로 9∼10월에 몰리는 만큼 전세버스 업계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사태는 지난해 10월 도로교통법에 대한 법제처 해석에서 비롯됐다. 법제처는 교육과정의 일환인 현장 체험학습 이동도 도로교통법상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어린이 통학차량은 보행자 안전장치와 차량 정지표시 등을 설치하고, 노란색으로 도색을 해야 해 일명 ‘노란버스’로 불린다.
이에 경찰청은 올 7월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교육부에 ‘체험학습을 갈 때도 어린이 통학차량 기준을 충족한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고, 기존 계약한 전세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 초등학교들이 잇달아 현장학습을 취소한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화돼 업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또 날벼락을 맞았다”며 “2학기 현장학습도 완전히 물 건너간 것 같다. 지금처럼 계약 취소가 잇따르면 다음 달까지 피해가 20∼30%가량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 버스 업계까지 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전세버스로도 체험학습을 갈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완화하고, 도로교통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도 최근 전세버스를 이용한 현장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육청이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의 혼란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세버스를 이용하다가 사고가 날 경우 법적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고, 교사 개인이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지 않다고 한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버스 계약 취소에 대한 위약금이 발생할 경우 이를 교직원이 분담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인천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육청이 법적인 책임을 진다고 해도 교사가 소송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면 그 심적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위약금을 교원이 분담하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교육청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달 22일부터 개정된 관련 규칙에 따라 각 학교에 최대한 현장 체험학습을 갈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고, 부득이하게 취소하는 경우 내실 있는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우려하는 교사 개인이 위약금을 분담하는 일도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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