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연루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맞불 집회가 열렸다.
이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기 약 1시간 전인 오전 9시경부터 더민주혁신회의와 촛불연대 등 이 대표 지지 단체 회원 약 150명은 법원 근처 정곡빌딩 앞 인도와 1개 차로를 점거하고 “우리가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죄가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간 반대편에선 애국순찰팀과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회원 약 50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피의자 이재명이 몸통이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이 대표 도착 직전인 오전 10시경이 되자 궂은 날씨에도 찬반 집회 참석자는 합쳐서 400여 명(경찰 추산)까지 불어났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이 대표를 기다리던 일부 지지자는 “영장은 말도 안 된다”며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법원 앞에 기동대 30개 중대, 2000여 명을 투입했다.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찬반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선 지속적으로 욕설과 고성이 오갔지만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며 차단해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찬반 단체들은 오후 6시경부터는 이 대표가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으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8시 33분경 영장심사를 마친 이 대표가 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이 대표 지지자 500여 명(경찰 추산)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선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이 맞불 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서울구치소 앞에도 700여 명을 배치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27일 오전 2시 23분 영장 기각이 결정되자 이 대표는 오전 3시 49분경 지친 모습으로 구치소를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와 일일이 악수를 나눈 이 대표는 취재진에게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그런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벽까지 구치소 앞에서 대기하던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이름을 외치며 일제히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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