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학원 숙제를 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는 것은 법적으로 정당한 학생 지도로 인정된다. 학부모가 교사 몰래 수업 내용을 녹음하면 교육청이 학부모를 수사기관에 고발도 할 수 있다.
교육부가 27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해설서’를 학교 현장에 배포했다. 이달 1일 생활지도 고시가 시행됐지만 ‘정당한 지도’를 두고 혼란이 계속되자 구체적인 사례를 든 해설서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해설서를 받아든 교사들은 “당연한 생활지도를 해설서로 정당하다고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자조했다.
●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도 금지
고시는 ‘교원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지도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수업 중 엎드리거나 자는 행위 △과제 지시에 따르지 않는 행위 △해당 수업과 관련 없는 타 교과 공부 또는 개인 과제를 하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수업 중 졸거나 엎드려 자는 것은 적극적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가 아니지만 면학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지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시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해설서는 더 나아가 휴대전화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태블릿PC, 노트북 등을 모두 사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는 학생이 있으면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를 위한 ‘개인 휴대전화 사용 허가 요청서’ 서식도 제시했다.
해설서는 학부모가 녹음기, 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해 수업 내용을 녹음하거나 실시간으로 청취하는 것은 교권 침해로 교육청이 이를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복습을 위해 학생이 녹음하려면 교사에게 사전에 허가받아야 한다. 교사 또는 타인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학생이 있다면 주위 학생이나 교사에게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 또는 녹음을 하게 해 추후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 ‘벌 청소’는 안 되고 원상 복구 지시는 가능
교사는 수업 중 잡담, 장난, 고성 등으로 다른 학생의 학습을 방해하는 학생은 분리할 수 있다. 고시는 분리 장소와 시간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해설서는 학생을 분리할 때의 유의 사항을 다양한 판례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기온이 33.8도인 날에 학생을 오전 10시 25분경 복도로 내보내고 낮 12시경까지 교실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 교사는 법원에서 정서적 학대라고 판단했다. 해설서는 “분리 환경을 고려해 방임되지 않도록 하고, 필요 이상의 분리는 자제하라”고 설명했다.
해설서에 따르면 지각한 학생에게 교무실 청소를 시키거나 과제를 안 한 학생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것은 정당한 훈계가 아니다. 낙서한 벽을 원상 복구하도록 하는 청소는 가능하지만, 교사가 현장에서 학생과 함께해야 한다. 학생에게 강제로 잘못을 시인하도록 하는 반성문도 정당한 훈계가 아니다. 자기 행동과 타인의 기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성찰하는 글쓰기’가 돼야 한다.
해설서를 본 교원들은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서울 지역 한 고교 교사는 “그동안 얼마나 교권이 무너졌으면 당연한 사안까지 일일이 해설서로 설명해야 하느냐”고 했다. 또 다른 고교 교사는 “해설서에 없는 사례도 많을 텐데 그걸로 꼬투리 잡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을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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