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 좀 맡기자”던 친형에게 동생은 왜 흉기를[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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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9일 0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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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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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 건데 고양이 좀 맡기자.”

2021년 6월28일 A씨(40대)는 친형 B씨(40대)로부터 전화로 이같은 말을 듣자 기분이 떨떠름했다. 고민 끝에 A씨는 친형의 부탁을 거절했다.

화가 난 B씨는 전화를 끊고 부산 남구에 A씨와 부모님이 함께 사는 집을 찾아갔다.

B씨가 집을 찾은 지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집안에는 B씨의 핏자국으로 흥건했다. 동생 A씨가 흉기로 B씨의 신체를 여러 차례 찔러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B씨는 어릴 적부터 A씨에게 무시하는 말을 일삼아왔다고 한다.

A씨는 B씨로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재산을 내 명의로 하는 대신 너한테 매달 100만원씩 줄게”라는 말도 들었다. 당연히 친형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았다.

B씨는 부모님에게 모친 명의의 집과 부모가 자신에게 사준 집을 한꺼번에 팔고 고급 아파트를 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연히 부모는 이를 거절했지만, B씨는 이에 화가 나 자신 명의의 집에 살고 있던 A씨에게 당장 퇴거를 명령했다.

당시 A씨는 급하게 이사하려다 허리까지 다쳤고, 이 사건을 계기로 B씨와 A씨, 부모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B씨가 고양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했기에 A씨도 선뜻 부탁에 응하기 꺼림직했다.

사건 당일 A씨는 모친이 꾸중했다고 B씨가 부모님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고 흉기로 B씨의 신체 여러 곳을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하면서도 살인 범행이 B씨에 의해 유발된 측면이 있는 점을 참작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로,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자신의 잘못으로 친형이 죽었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A씨와 검찰은 양형부당으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2심 판결 이후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결국 상고를 취하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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