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행위를 반복한 경우가 아니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4일 A씨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폭행 관련 혐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21년 2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한 회사의 숙소에서 피해자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야간에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은 피해자가 사유를 물어본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오늘 같이 있으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며 당장 나가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A씨를 피해 위 회사 사무실로 피신한 피해자를 계속 쫓아다님으로써 결국 피해자가 야간에 회사 밖으로 나가도록 만들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1시께 휴대전화를 사용해 피해자에게 ‘일단 내일 회사 근처 얼청거리지 마라, 나 옆에서 봤으면’이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또 다음 날까지 총 9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전송하고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음향을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도달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1심에서는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통화 내용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2심에서도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에게 9회에 걸쳐 욕설을 하거나 피해자를 위협하는 내용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했다. 또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서 범행의 경위와 방법에 비추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는 이 같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불성실한 근무태도 및 회사 내에서의 무례한 행실과 업무용 차량의 사적 이용이 계기가 된 해고 조치와 관련해 A씨가 피해자를 타이르기 위해 통화를 한 것이며, 해고 통지의 수용 및 그에 따른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해고 통지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계속 고수함에 따라 A씨가 순간적으로 격분해 일시적·충동적으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발송 시간을 기준으로 해도 A씨는 약 3시간 동안 3개의 메시지를 피해자에게 보낸 것이며, 이를 정보통신망법의 반복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죄의 구성요건인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전체적으로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수차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의 불안감 등을 조성하는 일련의 행위를 반복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결국 원심판결은 모두 파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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