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손된 정율성 동상 기증 받은 단체가 직접 복원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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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0월 4일 1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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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조성된 흉상이 훼손돼 바닥에 쓰러져 있다. 2023.10.2/뉴스1
2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조성된 흉상이 훼손돼 바닥에 쓰러져 있다. 2023.10.2/뉴스1
광주 남구 정율성거리에 있는 정율성 흉상이 시민에 의해 파손된 가운데 해당 흉상을 지자체에 기증한 비영리단체가 자체적으로 복원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4일 비영리단체 남광주청년회의소(JC)에 따르면 남광주JC는 파손된 정율성 흉상에 대한 복원 작업을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정율성 흉상은 지난 2009년 4월 중국 광저우시 해주구 청년연합회가 남광주JC에 기증한 것이다.

남광주JC는 이를 다시 남구에 기증했고, 남구는 주광주중국총영사 등과 함께 같은해 7월15일 흉상제막식을 했다.

그러나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추진 입장에 반발하며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온 시민 윤모씨가 지난 1일 밤 이 흉상을 밧줄에 묶은 뒤 2.5톤 승합차로 끌어 쓸어뜨리며 파손시켰다.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된 윤씨는 “한 달간 정율성공원은 안된다고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으나 강기정 시장은 묵묵부답이었다”면서 “강 시장이 정율성 기념사업을 강행할 것이라 생각해 동상을 혼자 쓰러뜨렸다”고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남구는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기단만 남아 있는 흉상에 출입금지문을 부착하는 등 안전 조치를 취했다.

또 남구는 훼손된 흉상이 흉물스럽게 넘어져 있는 점을 감안해 상단부를 덮어 보이지 않게 조치했다.

남광주JC는 해당 흉상이 한국과 중국의 우의증진, 문화교류를 상징하는 차원에서 기증 받은 것인 만큼 자체적으로 복원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남광주JC 관계자는 “남광주청년회의소 비영리 청년 단체로, 정치적 문제를 떠나 과거 기증 받았던 흉상을 파손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안전이나 미관 등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자체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라며 “모임 자체에서 복원 시기나 방식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체에서 흉상을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닌 중국에서 기증 받은 만큼 파손 상태로 존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일 뿐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논쟁의 가운데에 있는 정율성(본명 정부은)은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고, 1945년 광복 뒤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구락부장·협주단장으로 활동, 6·25전쟁 시기엔 중국 인민지원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활동을 했다. 1956년 이른바 ‘8월 종파사건’을 계기로 중국에 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36년 ‘오월의 노래’를 시작으로 ‘팔로군 행진곡(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 등을 작곡해 중국 음악의 대부로 꼽힌다.

광주시는 중국과의 우호증진 등을 목적으로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생가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말까지 48억원을 들여 완성하기로 했다.

이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8월쯤 ‘정율성은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라며 공원조성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박 장관의 공원조성 사업 철회 유구에 ‘철 지난 이념 논쟁’이라며 기존 입장대로 추진할 것을 명확히 했다.

강 시장은 “정율성 사업은 국익을 앞세운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외교적 인식에서, 그리고 노태우 정부로부터 시작된 북방 정책에서 한중 우호와 문화교류 차원으로 시작돼 온 사업”이라며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은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를 꿈꾸는 광주시와 광주시민들에게 믿고 맡겨달라”고 강조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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