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공직부패 감찰, 331명 적발
11명 수사의뢰, 43명 해임 등 중징계
자격 미달자 “합격시켜라” 채용 강요
직무 관련자와 필리핀 골프 여행도
경북 지역의 한 시는 지난해 예산 3500만 원을 투입해 농로 포장 공사를 진행했다. 시청은 당시 주민 숙원 사업으로 예산을 배정해 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농로는 시청에서 일하는 A 국장과 그의 가족 명의의 토지와 인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A 국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이 책정되도록 담당 공무원에게 20여 차례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사 과정에서 산지가 훼손되기도 했다.
A 국장의 이권 개입 행위는 행정안전부가 올 3∼6월 16개 시도와 합동으로 진행한 ‘공직부패 100일 특별감찰’에서 적발됐다. A 국장은 현재 병가를 내고 시청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경북도 징계위원회는 19일 심사를 개최해 징계 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A 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북도 징계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나오면 수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등은 A 국장을 포함해 공직부패 사례 290건(331명)을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적발된 이들 중 수사 의뢰 대상은 11명, 파면과 해임 등 중징계 대상은 43명이었다.
● 자격 미달 채용자 “합격시켜라”
이번 감찰에선 A 국장처럼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한 사례가 상당수 적발됐다.
충남의 한 군청 팀장은 공무직을 채용하면서 자격 미달자에 대해 “합격시키라”고 지시해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면접위원 점수를 임의로 수정한 것으로 나타나 수사의뢰 대상이 됐다. 광역지자체의 경관심의가 지연되자 현직 시장이 법을 어기고 자체 인허가를 추진하면서 직원들에게 위법행위를 지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경기 지역의 한 시청 공무원은 지난해 5월 시 산하기관 임원 출신 인사가 소유한 개발제한구역 임야(3268㎡)를 주택 용도 대지로 변경하는 내용의 산지전용허가를 내줬다. 행안부 등은 50여 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된 임야가 수개월 만에 대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특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산지전용 허가를 받으려면 개발제한허가구역 지정 전부터 주택 용도로 지정됐어야 하는데, 간이숙박시설 등 유원지용 쉼터만 있는 해당 부지에 전용허가가 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시는 산지전용 허가에 대한 직권 취소를 결정했고, 행안부는 해당 공무원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시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해당 토지 소유자인 전직 시 산하기관 임원은 “산지전용 허가를 내준 담당 공무원을 알지도 못하고 접촉한 적도 없는데 무슨 특혜 소지가 있느냐”며 감찰 결과를 부인했다. 동아일보는 해당 공무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 직무 관련자와 괌, 필리핀 골프여행도
이해관계자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강원도의 한 시청 직원은 택시 보조금 지원 사업을 담당하면서 직무 관련자와 필리핀 골프 여행을 2회 다녀왔고 4년 동안이나 정산을 안 해 택시업체 직원이 보조금을 유용할 수 있게 했다가 적발돼 중징계 대상이 됐다.
충남의 한 시청 팀장은 미공개 입찰정보를 지인 업체에 사전에 제공하는 대가로 괌, 제주 등 골프여행 경비를 포함해 213만 원 상당을 수수하기도 했다. 광주의 한 구청 공무원은 PC 모니터 보안 필름을 계약한 후 물량 일부를 납품받지 않고 대신 현금으로 돌려받는 수법으로 150만 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행안부는 공직부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감찰 내용을 각 지자체에 전달하고 행안부 홈페이지에도 공개하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직사회 부정부패를 근절할 수 있도록 감찰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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