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출산한 후 태어난 아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가 내년 7월 19일 시행된다. 이 내용을 담은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대한 특별법 제정안이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 법은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임신부가 가능한 한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건복지부는 위기 임신부가 상담, 정보 획득, 서비스 연계 등을 받을 수 있는 지역상담기관을 전국에 10여 곳 설치한다. 지역상담기관은 복지시설과 연계해 위기 임신부에게 출산 전후 주거와 돌봄 지원을 안내하고 지원해 준다.
이러한 상담을 거치고도 실명으로 출산하기 어려운 위기 임신부는 보호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임신부가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관리번호’를 받는다. 가명과 관리번호는 출산 당시뿐만 아니라 산전 검진에도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드는 의료비는 전액 지원된다.
보호출산으로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7일 동안은 숙려 기간으로, 산모는 아이를 정말로 입양 보낼 것인지 한 번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아이가 지자체로 인도돼 입양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아이가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산모가 보호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
보호출산을 하는 임신부는 자신의 이름과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 등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자녀는 성인이 된 후,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경우 이 서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보호출산제는 2020년 처음 발의됐으나 아이를 쉽게 포기할 수 있고 나중에 아동이 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계류된 상태였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다만 이때 생모가 서류 공개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 사항을 제외한 채 공개된다.
보호출산제는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신고 없이도 즉시 출생 등록이 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6월 국회 문턱을 넘으며 필요성이 커졌다. 출생통보제는 ‘수원 영아 살해’ 사건처럼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 때문에 오히려 위기 상황에 처한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은 뒤 유기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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