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관련 쇼핑↑…연휴 만끽하며 여유 즐겨
근무 자처하는 청년들도 "수당 더 나오니"
"생활비도 빠듯해…사진 보며 박탈감 느껴"
전문가 "연휴 양극화, 사회 문제 발전할 수도"
“지난 3일 개천절에도 출근했고, 오는 9일 한글날에도 일할 예정이다. 남들 다 쉬는 연휴를 온전히 쉬지 못하니 그냥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주말 같더라”
‘엿새 추석 황금연휴’ 직후 또다시 사흘간의 한글날 ‘소(小)연휴’가 찾아왔지만 마냥 웃음 짓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고물가 속에 가욋돈을 벌려 휴일 근무를 자원하는 청년들이다.
7일 뉴시스 취재 결과,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여행·교통서비스 관련 거래액은 2조196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거래액 증가폭도 4958억원(29.1%)으로 가장 컸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첫 휴가철인 데다가 추석 연휴 예약 물량으로 여행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부터 9일 한글날까지 3일 연휴 동안 ‘단기 여행’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회사원 박모(29)씨는 전남 여수에 호텔을 예약했다며 “연달아 한글날 연휴가 있으니 ‘호캉스’를 즐기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고 밝혔다.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송모(31)씨는 징검다리 평일인 지난 4~6일 휴가를 내고 아버지와 일본 도쿄로 2박3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송씨는 “인당 100만원 조금 넘게 비용이 들었다”며 “아버지도 회사에 다니고 있어 이번 연휴가 아니면 언제 또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가면 좋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신경 쓸 일이 많지 않나. 귀국 후 혼자 쉴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여행을 즐기며 연휴를 만끽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당직 근무나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엇갈린다.
실제 지난달 28일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에 따르면 성인남녀 2324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알바 계획을 조사한 결과 70.1%가 ‘단기 알바를 할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알바 목적은 생활비 또는 용돈 마련이 60.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곽모(30)씨는 개천절(3일)에 이어 한글날에도 근무 한다며 “공휴일에 일하면 평소보다 휴일 수당이 조금 더 나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려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부장님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일본에서 찍은 사진으로 바뀌었더라”며 “난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싶으면서도 어차피 여행은 꿈도 못 꿨을 거라 박탈감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32)씨도 한글날 출근을 자원했다. 김씨는 “어차피 연휴에 놀러 갈 형편은 안 되고, 회사 특성상 공휴일에도 누군가는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얼마 안 되는 당직비라도 벌지 싶었다”고 전했다.
식당 주인들도 연휴를 즐길 새도 없이 가게 문을 여는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자재 푸드테크 기업 마켓보로가 서울 중구·종로구·마포구에 있는 포털 상위 노출 음식점 2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문의한 결과 추석 연휴 6일 내내 문을 닫는다는 음식점은 2곳에 불과했다.
전문가는 ‘연휴 양극화’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연휴 때 청년들의 모습까지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물가는 빨리 오르는데, 취업도 어려울뿐더러 직장에 다녀도 임금 수준 자체가 크게 오르지 않아 실질 소득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고립될 가능성도 존재하고, 이것이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 단순히 ‘연휴 양극화’를 떠나 경제적 차이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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