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위해 학교 그만둔다?…고교 자퇴생 3년 연속 증가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9일 08시 09분


2020년 일시 급감했으나 지난해 2만3440명
매년 자퇴생 절반 이상은 1학년…지난해 52%
“1학년 때 자퇴하면 수능 두 번 응시할 기회”

최근 3년 새 고등학교 자퇴생 수가 매년 상승해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입 정시 확대와 내신 절대평가 확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2019~2022년 교육정보통계(EDS)상 고등학교 자퇴생(학업중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만3440명이 학교를 그만뒀다.

2019년 2만4068명에 이르던 자퇴생 규모는 코로나19 유행으로 개학이 연기되고 원격수업이 운영된 2020년 1만5163명으로 급감했지만 2021년 1만9467명, 2022년 2만3440명으로 유행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4년간 고교 자퇴생의 절반 이상은 1학년이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었다. 지난해 고교 자퇴생은 1학년이 1만2078명(51.5%)으로 과반수를 차지했고 2학년 9271명(39.6%), 3학년 2091명(8.9%) 순으로 집계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매년 내놓는 교육기본통계 분석에서도 고등학교 학업중단율(전체 학생 중 학업 중단자 비율)은 2019년 1.7%에서 2020년 1.1%로 급감했다가 2021년 1.5%, 2022년 1.9%로 치솟았다.

2020년 자퇴생이 급감한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유학생이 줄었고 등교수업이 급감하면서 부적응에 의한 학업 중단도 줄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등교 수업이 점차 확대되며 자퇴생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특성화고를 제외한 다른 고교는 수능 위주 정시의 중요도가 높아진 대입제도 변화가 자퇴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로학원이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 자료를 토대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비율을 분석해 보니 2019년부터 매년 0.7%→0.9%→1.1%→1.2%→1.3% 순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국 4년제 대학으로 넓혀 분석하니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수가 2019년 4521명에서 올해 7690명으로 70.1% 증가했다.

지난 2019년 일명 ‘조국 사태’로 교육부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 16곳을 지정해 수능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로 전체 모집인원의 40% 이상을 선발할 것을 주문했다. 해당 대학들은 지난 2023학년도 입시부터 40% 이상을 충족하고 있다.

반면 수시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2019년)을 통해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동아리, 봉사, 진로활동) 반영 비중과 방식이 매년 축소됐고, 올해 고3이 치르는 대입부터는 자기소개서가 아예 폐지됐다.

2019년 고교 입학생부터 2~3학년 때 듣는 심화 과목인 ‘진로선택과목’이 5등급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로 바뀐 점도 영향을 준 요소다. 대학들은 주로 상대평가인 공통, 일반선택과목을 주로 반영하면서 1~2학년 교과(내신) 성적이 대입에서 갖는 중요성이 커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검정고시를 응시하려면 자퇴 후 6개월이 지나야 가능하다”며 “내신이 안 좋으면 고1 2학기 때 자퇴하고 이듬해 4월에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그 해부터 수능을 치러 성적이 좋으면 진학하고 아니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고 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소영 정책팀장도 “2021년 하반기부터 위드 코로나 기조로 학교 수업 정상화를 추진한 가운데 정시 집중을 위한 전략적 선택에 따라 자퇴생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 의원은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던 학생들이 학교 수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대면 수업에 적응하기 어려운 경향도 있을 것”이라며,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는 만큼 이에 대한 교육 당국의 제도적 보완과 공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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