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필수, 캐릭터는 선택”… SNS 홍보 나선 지자체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0일 03시 00분


서울시 ‘1대 서튜버’ 전담인력 뽑아
용인시 캐릭터 이모티콘도 인기
공공기관 딱딱한 홍보 방식 탈피
“흥미-공공성 동시에 잡아야 성공”

‘2023 서튜버(서울 홍보 유튜버)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정규현 주무관이 대상 수상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정 주무관은 유튜브 전문관으로 근무하며 서울시의 동영상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게 된다(위 사진). 왼쪽은 서울 강서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선보인 버튜버(버추얼 유튜버) 새로미. 오른쪽에 있는 경기 용인시의 캐릭터 ‘조아용’도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용인시 제공·강서구 유튜브 캡처
“나를 엄청 잘 기다려줘. 같이 있으면 엄청 편해.”

6일 서울시 유튜브에 올라온 ‘나의 좋은 친구 서울시’라는 제목의 ‘쇼트폼’ 영상에 등장한 정규현 주무관은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을 건다. 이 영상은 지하철 하차 후 15분 내 무료로 재승차할 수 있게 한 서울시 정책을 ‘좋은 친구’로 의인화해 표현했다. 중고 거래를 하거나 급하게 화장실을 갈 때 편리하게 재승차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재치 있게 영상으로 풀어낸 것이다.

● 유튜버·캐릭터 활용해 정책 홍보 나선 지자체

지난해 8월부터 북부수도사업소에서 근무 중인 정 주무관은 서울시가 최근 ‘2023 서울홍보 유튜브 선발대회’를 열어 선정한 제1대 서튜버(서울시 홍보 유튜버)다. 영상 제작과 토론, 심층면접 등 3차에 걸친 경연을 통해 선발된 그는 “상당수의 시민이 행정을 낯설게 여기지만, 일상 속 편리함을 만드는 정책이 시민들의 좋은 친구일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앞으로 서울시 홍보기획관에서 근무하며 유튜브를 자유롭게 기획 및 업로드하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제 공공정책 홍보에서 유튜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시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내부 인재를 선발해 서울시를 더욱 친근하게 홍보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상당수가 보도자료와 포스터 등 전형적인 정책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의 경우 채널 개설 4년 만에 구독자 40만 명을 넘은 충주시 유튜브(충TV)가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거리 두기 생활 수칙을 표현한 ‘관짝춤 패러디’ 영상은 800만 회 넘게 조회됐다.

서울 강서구는 올 2월 지자체 최초로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새로미’를 선보였다. “요새 지자체들끼리도 유튜브 경쟁이 빡세다”, “(조회수 신경 쓰는 사람들이) 누구겠어요? 높으신 분들이지” 등 솔직한 발언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버튜버 공개 영상은 조회수 약 15만 회를 기록했다. 9400여 명이었던 구독자도 버튜버 공개 후 1만7000여 명으로 늘었다. 강서구 관계자는 “젊은 시선에 맞게 영상을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우며 SNS 홍보에 나선 지자체도 적지 않다. 용(龍)을 의인화한 경기 용인시의 캐릭터 ‘조아용’이 대표적이다. 올 7월 선착순으로 배포한 이모티콘 27만 개는 28분 만에 동났다. 용인시 유튜브에 선보인 ‘조아용 3차원(3D) 애니메이션’은 조회수 약 2만 회를 기록 중이다.

경남 진주시의 수달 캐릭터 ‘하모’도 지역 대표 캐릭터가 돼 이벤트나 축제의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부산시는 갈매기 캐릭터 ‘부기’의 저작권을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무료로 배포해 홍보를 돕고 있다.

● “흥미와 공공성 모두 잡아야”

다만 의도적으로 B급 감성을 연출하려다 논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 2월 전북도가 유튜브에 업로드한 ‘아태마스터스 대회’ 영상은 연하의 여성과 연애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하는 중년 남성이 등장해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충남 천안시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호두과자 홍보 영상은 유행하던 일본어 ‘오이시쿠나레(맛있어져라)’를 사용했다가 친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많이 보게 하려다 보니 무리하게 유행하는 단어를 쓰다 사고가 나는 일이 적지 않다”며 “유튜브와 SNS상에서 흥미 유발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지키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캐릭터#sns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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