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스쿨존 위반시 벌금 350만원… 10년간 州 사망사고 4건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0일 03시 00분


[도로 위 생명 지키는 M-Tech]
〈15〉 호주 NSW주 ‘압도적 벌금’ 정책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시드니시 남부의 한 사립초등학교 앞 스쿨존에 시속 40km의 제한속도 알림판과 위반 시 높은 벌금을 물 수 있다는 경고 간판이 세워져 있다. 시드니=송유근 기자 big@donga.com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시드니시 남부의 한 사립초등학교 앞 스쿨존에 시속 40km의 제한속도 알림판과 위반 시 높은 벌금을 물 수 있다는 경고 간판이 세워져 있다. 시드니=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지난달 1일 오전 8시 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시드니시 남부.

교민 김성한 씨(35)는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진입하자 한 손으로 운전하던 운전대를 두 손으로 잡더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반년 전 스쿨존에서 꼬리 물기를 하다가 신호 위반으로 적발돼 한국 돈으로 40만 원 넘는 벌금을 물었다고 했다. 김 씨는 “일단 스쿨존에 들어가면 최대한 소극적으로 안전운전하는 게 상책”이라며 “까딱하면 엄청난 벌금을 물 수 있다”고 했다.

● ‘압도적 벌금’ 택한 호주 NSW주

동아일보 기자는 올 8월 29일부터 나흘 동안 시드니 시내를 포함해 NSW주 스쿨존 4곳을 둘러봤다. 그런데 스쿨존 내 차량들의 운행 속도가 현저하게 낮았다. 과속하거나 경적을 울리는 차량은 한 대도 눈에 띄지 않았다. 출근시간인 오전 8시 반∼9시에도 모두 제한속도 시속 40km를 준수했다. NSW주는 오전 8시 반과 오후 2시 반부터 각각 1시간 반 동안 스쿨존을 운영한다.

호주 시민들은 스쿨존에서 과속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벌금이 높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드니 남부 마스코트의 사립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케빈 가펠 씨는 “호주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스쿨존에서 다칠 거란 걱정은 거의 안 한다. 오히려 운전하다가 스쿨존에서 벌금을 물게 될 가능성을 더 걱정한다”고 했다.

NSW주는 호주 내에서도 무거운 벌금과 엄격한 법 집행으로 유명하다. NSW주 당국은 스쿨존에서 제한속도를 위반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는 등 규정을 위반한 차량에 차종과 운전면허 등급 등에 따라 196∼4000호주달러(약 17만∼344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차량의 운행속도 등에 따라 벌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식이다.

벌점 역시 높다. NSW주 스쿨존에서 제한속도 등 규정을 위반하면 차량 운행속도 등에 비례해 최소 2점, 최대 7점의 벌점이 부과된다. NSW주에선 3년간 벌점 13점 이상을 받으면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스쿨존에서 2, 3회만 규정을 어겨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것이다.

시드니대에서 교통물류연구학을 가르치는 스티븐 그리브스 교수는 “의무교육 12시간을 받아야 하는 등 면허 재취득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벌금만큼이나 높은 벌점을 두려워한다”며 “운전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는 이른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당장 기술적으로 완벽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NSW주처럼 압도적인 벌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NSW주의 엄정한 법 집행은 인명 사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NSW주에서 2013∼2022년 10년간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4건에 그쳤다. 한국에서 최근 5년 동안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가 모두 17명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교통 전문가인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호주 NSW주처럼) 스쿨존 내에서 차량 속도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제한속도가 호주보다 낮은 시속 30km인 만큼 규정을 운전자들이 준수하기만 하면 사고 위험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다양한 보행자 안전 시설도 검토


NSW주는 높은 벌금 외에도 학교 여건에 맞는 시설로 스쿨존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NSW주의 도로교통 안전시스템 책임자인 다이애나 자고라 씨는 “스쿨존에서 학생들을 위해 안전한 건널목을 제공하는 건 주정부의 당연한 의무”라며 “다만 방호울타리 등 단일한 시설로는 모든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학교별 여건에 맞게 안전한 보행자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교통량 등에 따라 교량 건설과 횡단보도 지하화를 포함한 다양한 맞춤형 대책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민간에서도 추가적인 스쿨존 안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온다. NWS주 일부 학교에선 스쿨존 운영 시간에 한해 학교 주변 도로에 ‘드롭(픽업) 존’을 마련해 학부모 차량의 임시 주정차를 허용하는데 이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리브스 교수는 “NSW주의 경우 안전을 더 확보하려면 방호울타리 설치와 함께 스쿨존에 한해 도로를 좁고 구불거리게 만들어 차량들이 원천적으로 속도를 내는 것을 막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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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스쿨존 위반#벌금 3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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