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제주’ 아시아 톱 대회로 성장
비포장도로 달리는 스포츠 경기, 올해부터 세계대회 자격 부여
44개 나라서 2846명 선수 출전
“한라산 백록담 등 풍경 매력적”
7일 오전 8시경 한라산 해발 1700m 윗세오름대피소. 어리목광장으로 향하는 내리막 탐방로를 매우 빠른 속도로 선수들이 질주했다. 마치 100m를 10초대에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트레일러닝 대회인 ‘트랜스제주 2023’에서 100km 종목에 참가한 선두그룹 선수들이 치고 나가자 중반그룹 선수들은 뛰고, 걷기를 반복하면서 레이스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비가 내린 탓에 선수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특히 미끄러운 돌길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종점인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완주한 선수들을 가족, 친구, 경기 운영요원들이 박수로 맞았다.
이번 트랜스제주 대회는 44개국에서 2846명이 출전한 가운데 10km, 20km, 50km, 100km 등 4종목에 걸쳐 치러졌다. 국내 트레일러닝 대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아시아에서도 톱 레벨에 드는 수준이다. 참가자 가운데 내국인은 1557명, 외국인이 1289명으로, 외국인 비중이 45.3%가 됐다.
외국 선수는 홍콩이 285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199명, 일본 185명, 싱가포르 102명, 대만 96명, 말레이시아 33명, 베트남 22명 등이었다. 특히 100km 종목에 출전한 824명 가운데 외국인이 434명으로 52.7%를 차지했다. 국내 대회에서 외국인 참가자가 내국인보다 많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대회에 외국인 참가자가 많은 이유는 ‘UTMB 월드시리즈’의 하나로 올해 처음 지정됐기 때문이다. 울트라트레일 몽블랑의 약어인 UTMB는 전 세계 트레일러너에게 ‘꿈의 무대’로 통한다. 이 대회 운영사 측은 지난해까지 진행한 울트라트레일 월드투어(UTWT) 시리즈를 올해부터 UTMB 월드시리즈로 전환했다. 이 시리즈 대회 완주자에게 UTMB 본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스톤’으로 불리는 포인트를 주고 있다. 이 때문에 UTMB를 뛰려는 트레일러너들이 제주로 몰린 것이다.
트랜스제주 대회는 2017년 처음 시작한 이후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코스의 빼어난 풍광도 외국인 참가자를 끌어들인 요인이다. 한라산 백록담과 굴곡을 이룬 오름(작은 화산체)의 지형,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숲길과 돌길,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 풍경 등은 화산섬인 제주의 매력이다. 세계 10대 트레일러닝 대회 가운데 스페인 트란스그란카나리아, 뉴질랜드 타라웨라, 레위니옹 그랑래드, 일본 후지산 울트라 등도 화산지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00km 종목에 참가해 12위로 레이스를 마친 네팔 출신 상제 쉐레파 선수는 “세계 여러 대회를 참가해 봤는데 제주는 풍광이 아름답고 코스도 다양하다”며 “기술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고 여러 나라 러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트레일러닝은 포장도로보다는 주로 숲, 들판, 산, 사막 등을 달리고 걷는 스포츠로, 유럽 등 해외에서 매년 신규 대회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일찍 시작했으며 뒤늦게 참여한 중국이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100km 종목 10위권에 든 선수는 중국이 6명, 한국 1명, 일본 2명, 몽골 1명 등이다. 100km 종목 여성 1, 2위도 중국 선수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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