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고 오래가는 대전 축제를 꿈꾸며[디지털 동서남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1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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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NO)잼 도시.’

대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다보면 이 같은 연관검색어가 따라나온다. 온라인 상에서도 ‘대전은 재미가 없다’고 묘사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대전이 사건사고와 자연재해가 적은 차분하고 안정적인 도시라는 이미지가 담긴 수식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도시의 활력이 떨어져가는 현실이 반영된 수석이 인 것만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민선 8기 대전시는 ‘노잼 타파’를 외치고 있다. 특히 이장우 시장은 ‘0시 축제’를 무기로 ‘노잼대전을 탈피하기 위한 전쟁’에 나섰다. 그는 대전 동구청장 재임 시절인 2009년에 0시 축제를 개최했다. 축제 이름은 대전부르스 노래 가사 중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발 0시 50분’에서 따왔다. 당시 사흘간 진행해 20만 명을 끌어모았다. 대전지역 단일 축제 관람객이 20만 명을 넘은 건 처음이었다. 이후 축제는 구청장 낙선 등으로 폐지됐다가 대전시장 당선과 함께 부활했다. 14년 만이다.

영국 에든버러 축제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출장단 모습. 김태영 기자.
영국 에든버러 축제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출장단 모습. 김태영 기자.
이 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영국 에든버러 축제를 바탕으로 0시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짜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8월 25일에는 기자단·담당 공무원들과 영국 에든버러 축제장으로 향했다.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겠다고 큰 소리쳤으니 어떤 걸 보고, 어떤 구상과 고민을 하는지 궁금했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로 가득 찬 영국 에든버러 축제장 골목. 김태영 기자.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로 가득 찬 영국 에든버러 축제장 골목. 김태영 기자.
이 시장은 일반인들이 꾸린 야외 공연을 더 눈여겨봤다. 관광객의 오감을 사로잡은 비법은 무엇인지, 대전까지 와서 공연할 수 있는지도 캐물었다. 축제장 곳곳을 어찌나 다녔는지 날마다 휴대전화에 찍힌 걸음 수는 2만 보 안팎을 오갔다. 기자들과 마주 앉을 때는 “돈이 되고 사람이 모이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전시가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서구 노루벌 일대에 국가정원 조성을 추진 중인 가운데, 8월 29일 영국을 대표하는 큐왕립식물원을 찾아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김태영 기자.
대전시가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서구 노루벌 일대에 국가정원 조성을 추진 중인 가운데, 8월 29일 영국을 대표하는 큐왕립식물원을 찾아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김태영 기자.
이 같은 고민 끝에 ‘대전 0시 축제’가 펼쳐졌다.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29억 원이 들어간 축제에는 109만120명이 왔다. 10명 중 4명은 외지인이다. 한 사람당 대전에서 평균 7만7501원을 썼다. 직접 경제효과 565억 원을 포함해 총 경제 파급효과는 1739억 원으로 추산된다.다소 흐릿한 정체성과 축제 맥을 짚는 한방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첫 회 치고는 수적으로 ‘돈이 되고 사람이 모이는 축제’가 됐다.

내년 0시 축제는 기간이 7일에서 9일로 늘어난다. 원도심 골목까지 공연으로 채워 축제장도 넓힌다. 영국에서 캐온 비법을 녹여 내용도 풍부해진다. 더 보태야 할 건 연속성이다. 정치 풍파에 출렁이지 않는 0시 축제만의 든든한 무게추가 필요하다. 대전시가 0시 축제 교과서로 삼겠다는 에든버러 축제는 194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졌다. 우리도 매년 대전부르스를 맛깔나게 부르며 0시 축제에 갈 수 있을까. 대전시의 고민과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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