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된 ‘원조 워터파크’, 옛 모습 되찾나[현장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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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연간 200만명 방문
노후화로 2017년 폐업 후 방치
경남도-창녕군, 재개발 추진
日 소유주 만나 매각 논의하고, 민간투자 유치 설명회 열기로

2017년 5월 폐업 후 6년이 지난 경남 창녕군 부곡하와이 매표소(왼쪽)와 부곡하와이 관광호텔의 현재 모습.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2017년 5월 폐업 후 6년이 지난 경남 창녕군 부곡하와이 매표소(왼쪽)와 부곡하와이 관광호텔의 현재 모습.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8일 찾은 경남 창녕군 부곡면. 중심도로인 온천중앙로 우측으로 들어서자 방치된 채 시설물 곳곳이 녹슨 우리나라 워터파크 원조 격인 부곡하와이가 눈에 들어왔다. 굳게 닫혀 있는 시설 입구 출입문 옆 매표소는 사람의 흔적이 끊긴 지 오래인 듯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바로 옆 관광호텔도 마찬가지였다. 차량 진입을 막고 있는 바리케이드 뒤로 관리되지 않은 잡풀과 깨진 타일 조각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건물 외벽은 페인트가 벗겨진 채 흉물로 전락했다. 한때 한 해 200만 명이 다녀간 곳이지만, 2017년 5월 29일 폐업하고 6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지금은 폐허를 방불케 했다.

● 38년간 사랑받던 휴양지… 폐업 후 흉물로
1979년 창녕군 부곡면 부곡온천관광특구에 문을 연 부곡하와이는 축구장 60여 개 면적(27만7000㎡)에 초대형 목욕탕과 극장식 공연장, 실내외 물놀이장, 식물원, 놀이공원·관광호텔까지 갖춘 종합 휴양지였다. 창녕군 출신의 재일교포 고(故) 배종성 씨가 지은 곳으로 해외여행이 여의치 않았던 1980, 90년대 전국구 관광지로 인기를 누리며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호황을 이뤘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 인근 김해, 양산에 현대식 워터파크가 들어선 데다 개장 30년이 지나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이용객이 급감했다. 폐업 직전 해인 2016년에는 이용객이 20만 명 수준까지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적자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개장 38년 만인 2017년 5월 문을 닫게 됐다. 폐업 6년이 넘도록 장기간 방치되면서 한때 부곡온천관광특구를 먹여살렸던 부곡하와이가 이제 특구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008년 330만 명, 2013년 388만 명에 달하던 특구 관광객도 부곡하와이 폐업 이후에는 2019년 280만 명, 2021년 262만 명, 지난해 264만 명까지 감소했다.

● 매각 위해 ‘3자 맞손’… 활력 찾을까
경남도와 창녕군은 폐업 직후부터 부곡하와이 매각 및 재개발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소유주인 일본 업체가 매각 가격을 700억∼800억 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 등 업체 여러 곳이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높은 금액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진 탓에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와 창녕군이 최근 매각과 개발 방안 마련에 다시 나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창녕군은 성낙인 군수와 김병규 경남도 경제부지사 등이 지난달 25일 일본을 방문해 소유주를 만나 부곡하와이 매각 및 투자자 유치 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11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이날 면담에서 소유주는 “부곡하와이 매각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창녕군은 부곡하와이 매각 및 재개발을 위해 민간투자 컨설팅 용역은 물론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민간투자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또 부족한 투자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지역 투자 펀드’ 활용도 검토하고 있다. 성 군수는 “최근 부곡온천이 충남 온양, 충북 수안보와 함께 행정안전부의 대한민국 최초 온천 도시에 지정됐다”며 “여기에 부곡하와이 현안이 해결된다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온천 관광지로 우뚝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조 워터파크#부곡하와이#폐업 후 방치#3자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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