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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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차용증서 역할하는 ‘채권’… 국가는 ‘국채’ 발행해 자금 마련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 결정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으면
금리 오르고 국채 가격은 떨어져

미국 국채 금리가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3일(현지 시간) 장중 연 4.8%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4.5% 선을 돌파한 데 이어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미 국채 10년물을 비롯한 국채 금리가 표시돼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미국 국채 금리가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3일(현지 시간) 장중 연 4.8%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4.5% 선을 돌파한 데 이어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미 국채 10년물을 비롯한 국채 금리가 표시돼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3일(현지 시간) 세계 채권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2%포인트 급등한 4.81%로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4일 원화 가치와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동아일보 2023년 10월 5일자)

최근 보도된 경제 기사입니다. 얼핏 미국 국채 인기가 올라 국채 가격이 급등한 것처럼 보입니다. 맞을까요?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채권 금리입니다.

● 돈이 아닌 차용증서, 채권
채권은 돈(통화)이 아닙니다. 채권을 아무리 많이 보유하고 있어도 그것으로 물건을 살 수는 없습니다. 채권은 일종의 차용증서이기 때문입니다. A가 B에게서 1억 원을 빌리면서 2년 후, 10%의 이자를 더해서 갚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 약속을 종이에 기록하고 차용증서에 도장도 쾅쾅 찍습니다. B는 A에게 1억 원의 현금을 건네주고, 대신 차용증서를 보관합니다.

그런데 1년 후 B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이 발생합니다. A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A는 2년을 약속받았고 앞으로 1년 더 1억 원의 돈을 사용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마음이 급한 B는 친구 C에게 차용증서를 보여주며 1년 후 이 돈을 받아 갚겠다며 부탁합니다. C는 B의 사정을 이해하고 돈을 빌려주기로 합니다. B와 C는 또 다른 차용증서를 씁니다. 1년 후 A에게서 돈을 돌려받은 B가 그 돈을 C에게 갚으며 금융 거래는 마무리됩니다. 이 과정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뭔가 불편합니다. 간편하게 B를 건너뛰고 A가 C에게 바로 돈을 갚아도 되니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처음 차용증서를 작성할 때로 시간을 돌려 봅시다. 차용증서 내용은 원래 이랬을 겁니다. “A는 2년 후 B에게 원금 1억 원과 10%의 이자를 갚겠음.” 이걸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 “A는 2년 후 ‘이 증서를 보유한 사람’에게 원금 1억 원과 10%의 이자를 지급하겠음.” 이제 B는 이 차용증서를 2년 후까지 반드시 보유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2년이 되기 전에 C가 아니라 누구에게든 이 차용증서를 적당한 가격에 팔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년 후 B에게 돈이 급한 일이 생겼고 B는 이 차용증서를 사겠다는 사람과 가격을 흥정하고 적당한 금액에 팔면 됩니다.

● 채권 거래할 땐 신용 고려해야
만약 B가 여러분에게 다가와 이 채권을 팔 테니 사겠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래하기 전에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요?

첫째는 “A가 누구냐”라는 점입니다. A는 발행 주체를 말합니다. A의 소득, 자산과 부채 등을 점검하여 약속대로 갚을 수 있는 능력, 즉 ‘신용도’를 확인해야 할 겁니다. 특히 A의 자격 요건이 법으로 엄격히 정해져 있다면 더욱 좋을 겁니다. A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등이 있습니다. A가 누구인지 잘 알기 쉽게 채권의 명칭도 다르게 정합니다. A가 국가면 ‘국채’, A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 기관이면 ‘공채’, A가 기업, 회사면 ‘회사채’라고 부릅니다.

둘째는 “언제 얼마의 이자와 함께 받느냐”는 점입니다. 돈을 받는 시점을 ‘상환일’, ‘만기’ 또는 ‘만기일’이라고 하고, 채권에 명시된 이자를 ‘표면 금리’라고 합니다. 만기는 1년 이하로 짧을 수도 있고, 30년 이상으로 길 수도 있습니다. 표면 금리는 신용도, 시중 금리, 미래 전망 등을 바탕으로 정해집니다. 발행 주체의 신용도가 높으면 안심은 되나 그 대신 표면 금리는 낮아집니다.

이제 처음의 신문 기사 내용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의미가 이해될 것 같군요. 발행 주체가 미국이고 돈을 빌려주는 기간(만기)은 10년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2%포인트 급등한 4.81%로”라고 나와 있습니다. 금리가 변했다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금리는 채권을 발행할 때 채권에 명시되었기 때문에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 경기, 투자심리 따라 채권 가격도 요동
예를 들어, 채권 보유자가 ‘1년 후 만기인 상환액(액면가) 100만 원, 표면 금리 10%인 채권’을 팔려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시중 금리는 연 5%라 합시다. 이 채권을 지금 사서 1년 후 만기가 되면 원금 100만 원에 이자 1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현금 100만 원을 예금하면 5%의 이자 5만 원을 벌지만, 이 채권을 100만 원에 산다면 10%의 이자 10만 원을 버는 겁니다. 수익이 두 배군요. 이 채권의 가치는 예금 100만 원보다 높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최고 얼마까지 높아져도 괜찮을까요? 시중 금리가 5%인 상황에서 1년 후 원리금(원금과 이자)이 110만 원이 되는 현재의 현금 금액을 계산하면 그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원리금 계산식(=원금+원금×금리/100)을 변형한 수식(=원리금÷(1+금리/100))으로 계산해 보면 그 값은 약 104만7619원입니다. 이 금액이 현재 채권의 가치이고 적정 가격입니다.

그러나 이는 시중 금리만을 바탕으로 계산한 채권 가격일 뿐이고 실제 채권 가격은 채권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발행 주체의 신용도, 경기 변동, 미래 예측, 투자 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개입하면 채권 가격은 수시로 변동합니다. 채권 시장에서 이 채권에 대한 인기가 높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채권 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만약 이 채권 가격이 106만 원으로 상승했다면 수익은 4만 원(=110만 원―106만 원)이고, 예상(만기) 수익률을 계산해 보면(={(원리금―채권 가격)/채권 가격}×100) 예상(만기) 약 3.77%가 나옵니다. 이 값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채권 금리(수익률)’입니다.

반대로 이 채권의 인기가 시들해져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채권 가격은 하락합니다. 104만 원으로 하락했다면 예상(만기) 수익률은 약 5.77%가 됩니다. 102만 원부터 107만 원까지 채권 가격 변동에 따른 예상 수익률, 즉 채권 금리는 위에 있는 표와 같습니다. 표의 수치 변화를 살펴보면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채권 가격과 채권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맨 앞에 제시한 신문 기사에서 “국채 금리 급등”은 사실 국채 가격 상승이 아니라 그 반대인 “국채 가격 급락”이었던 겁니다.

#채권#국채#금리#투자심리#국채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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