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mRNA 백신 만든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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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이비리그 대학가에서 쫓겨났습니다.”

커리코 커털린(68·사진)의 이 말은 오랫동안 학계의 변방에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 연구에 매달린 그의 삶을 잘 보여줍니다. 1978년 대학원에서 이미 리보핵산(RNA) 연구를 시작한 그는 고국 헝가리에서 연구실 예산이 끊기자 미국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당시 그녀에게는 두 살배기 딸의 곰 인형에 숨겼던 900파운드(약 150만 원)가 전 재산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첫 직장이었던 템플대의 상사는 그녀가 못마땅해 불법 체류자로 허위 신고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987년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로 임용되었지만 연구를 계속하려면 강등과 연봉 삭감을 받아들이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았습니다. mRNA 동물실험 결과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났고, 이 때문에 미국 내 mRNA 연구 분야가 가라앉았기 때문입니다. 연구가 중요했던 커리코는 대학의 종신직을 포기하고 하위 연구직으로 버텼습니다. 그러다 2013년에는 결국 대학에서 나와 mRNA 백신을 개발하던 바이오엔테크로 옮기게 됩니다.

커리코는 교수도 아니었고 팀도 없었지만, 다행히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였던 드루 와이스먼과의 인연 덕분에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보스턴대 출신으로 미 국립보건원에서 mRNA 연구를 했던 와이스먼은 펜실베이니아대로 옮긴 1997년부터 20년 넘는 세월 동안 커리코 교수와 함께 RNA 혁신 연구소를 이끌었습니다.

2005년 결정적인 연구 성과가 나옵니다. 커리코와 와이스먼은 세포를 죽이지 않고 mRNA를 조작하는 방법을 논문으로 내고 특허 출원도 했습니다. 이제까지 인류가 사용해 온 백신은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하게 만들어 이를 다시 사람 몸에 집어넣는 방식이었습니다. 가볍게 병을 앓음으로써 인체에 면역 체계를 만들어주는 거지요. 반면 mRNA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바이러스 외피에서 바깥으로 돌출된 돌기 형태의 단백질로, 숙주세포와 결합해서 감염시키는 역할)과 똑같은 단백질을 몸 안에서 스스로 만들도록 유전자 명령(mRNA)을 투입합니다. 바이러스 없이 바이러스에 맞서는 백신을 만든 겁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연구는 2020년 팬데믹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결정적으로 기여합니다. 이들 연구 덕분에 보통은 10년 정도 걸리던 바이러스 백신 개발 기간은 불과 3개월로 줄어들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던 인류는 비로소 출구를 찾았고, 노벨상위원회는 그들의 공로를 인정해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보다 기억해야 하는 건 오랜 세월 굽히지 않고 소외된 연구를 지속했던 그의 열정과 신념, 그리고 인내일 겁니다. 어쩌면 노벨상은 그에 비하면 작은 건지도 모릅니다.

#커리코 커털린#mrna 백신#노벨 생리의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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