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계위)가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현행 40%)을 인상하는 방안을 최종 보고서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난달 1일 공개한 초안에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에 무게를 두고 ‘더 내는’ 보험료율 인상과 ‘더 늦게 받는’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방안만 담겼었다.
재계위는 13일 마지막 회의에서 현행 40%(2028년 기준)인 소득대체율을 45% 또는 50%로 높이는 두 가지 방안을 추가로 논의했다. 재계위는 지난달 △보험료율 인상(12∼18%) △수급 개시 나이 상향(66∼68세) △기금 투자수익률 제고(0.5∼1%포인트)라는 변수를 조합한 18개의 시나리오를 내놨다. 하지만 노후 소득 보장 방안이 빠진 ‘반쪽 보고서’라는 비판이 일면서 최종 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 인상 방안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김용하 재계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소득대체율을 45%와 50%로 올릴 경우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서에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는 이달 안에 정부의 개혁안인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연금 개혁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진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된 정부가 단일안을 제출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지난 정부에서도 2018년 국회에 4개 정부안을 제출하면서 연금 개혁이 무산된 전례가 있다.
연금 ‘받는 돈’ 인상, 미래세대 부담 급증… 총선 앞 개혁 미지수
국민연금 ‘더 받는 안’ 추가 소득대체율 45%-50%로 인상 포함 받는 돈 올리면 재정고갈 빨라져 청년세대 내는 돈도 크게 늘어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계위)는 13일 마지막 회의에서 현행 40%(2028년 기준)인 소득대체율을 45%, 50%로 인상하는 데 따른 재정 추계를 최종 보고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하거나 각각 12, 15%로 올리면 연금 재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18개 시나리오에 9개 재정 전망이 추가되는 셈이다.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 40년 가입 기준으로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이다. 즉, 소득대체율이 40%라면 보험료를 40년 동안 냈을 때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인 사람이 4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연금 수급자야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좋지만, 연금 재정 악화는 불가피하다.
● ‘국민 수용성’ 의식해 기류 바뀐 듯
이날 김용하 재계위원장은 소득대체율 인상 방안을 새로 포함시킨 이유로 “국민들이 연금 개혁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는 이렇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빠진 개혁안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우려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공청회를 통해 소득대체율 인상 방안이 빠진 보고서 초안이 공개되자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이에 반발해 재계위 노후소득 보장파 위원 2명은 위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국민 수용성’을 언급하며 소득대체율 인상 방안이 빠진 보고서에 부정적이었다.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월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수리적·논리적 합리성보다 더 중요한 게 국민적 수용성”이라고 말했다.
‘더 받는’ 방안인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국민 동의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이라는 개혁 취지가 실종된다는 점이다. 다음 세대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재계위 내부 자료에 따르면 보험료율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나 50%로 높일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에서 2054년으로 1년 앞당겨진다. 무엇보다 기금 소진 이후 ‘그해 걷어 그해 주는’ 부과식으로 바뀌면 청장년층의 부담이 급증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 올해 20세인 청년이 90세가 되는 2093년에 보험료율이 29.7%에 달한다. 소득대체율을 45%나 50%로 올리면 보험료율이 각각 33.3%, 37.0%로 크게 증가했다.
● 후퇴한 개혁조차도 동력 없어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남은 약 2주 동안 단일한 개혁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 장관은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일안 제시는) 장담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회에 4개 안을 제시했던 5년 전 실패 사례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개혁 주체인 국회 역시 최근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사실상 총선 이후로 연금 개혁 논의를 미룬 것으로 해석되면서 이번 21대 국회에선 연금 개혁 문제를 마무리하기는 어렵게 됐다. 3월 국회 연금특위는 4개월 동안 전문가들이 논의한 개혁안에 대해 원점 검토를 요구하면서 연금특위 활동 기간을 이미 한 차례 이달 말까지 연장한 바 있다.
한 재계위 위원은 “연금 개혁 실패가 마치 ‘관성’처럼 자리잡는 것 같다”며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 가입자는 줄고 수급자는 늘면서 연금 재정이 악화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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