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일상으로, 공간복지]
2023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
춘천시 노후건물 리빌딩 대상 수상
부산서구, 관악구, 양천구, 순천시… 4개 지자체 최우수상 수상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 발표 진행… “업무-공공공간 유연하게 연결돼야”
강원 춘천시에는 빈집 약 700채 중 상당수가 오래 방치되며 흉물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이에 춘천시는 2020년부터 접근성이 좋고 활용 가능한 빈집과 빈 상가를 공개 모집했고, 입지와 규모 등을 고려해 현재까지 집 5채와 상가 3곳을 리모델링했다.
이 중 약사동 빈집은 검붉은 벽돌의 낡은 건물이었지만 문화 예술인들이 모이는 ‘인생공방’으로 탈바꿈했다. 후평동과 효자동의 빈집은 ‘모두의 살롱’으로 재탄생해 시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춘천에서 재탄생한 공공 공간에 지금까지 시민 2만6000여 명이 다녀갔다.
● 지자체 10곳 공간복지로 삶의 질 높여
이처럼 지역 내 공간을 재창조해 주민 복지에 기여한 지방자치단체 10곳이 13일 ‘2023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을 수상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공간복지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간복지 우수사례와 시민들의 공간복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장려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돼 올해 3회째를 맞는다.
춘천시는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인 이영범 건축공간연구원장(경기대 건축학과 교수)은 “심사위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일 정도로 우수 사례가 많았다”며 “이 중 대상을 받은 춘천시 사례는 빈집을 활용해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우수상은 △서울 관악구 △〃 양천구 △부산 서구 △전남 순천시가 받았다. 우수상은 △서울 강남구 △대구 중구 △경기 수원시 △〃 시흥시 △전남 화순군에 돌아갔다.
최우수상을 받은 서울 관악구는 신림동의 임야가 무허가 건물과 무단 경작 등으로 훼손되자 친환경 도시농업 공원을 조성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 양천구는 이용자가 줄어드는 실내 어린이교통공원을 리모델링해 공공형 실내놀이터로 바꿔 역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부산 서구는 1953년 부산역 대화재 이후 강제 이전으로 조성된 ‘닥밭골마을’의 폐가를 예술공간 및 청소년 전용공간 등으로 만들어 활용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전남 순천시는 마을 공유문화 확산을 위해 공유경제복합시설 ‘저전 나눔터’를 만들었다.
우수상을 수상한 서울 강남구는 개포 8단지 재건축에 따른 기부채납 시설 등에 주민 교육 및 복지 공간을 조성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구 중구는 빈집을 활용해 어르신 쉼터와 주민배움터, 놀이방, 음악실 등을 갖춘 ‘동인세대 공감마당’을 조성했다. 경기 수원시는 매산동에 있는 30년 된 목욕탕 건물을 활용해 스튜디오와 편집실, 송출 장비 등이 있는 시민 참여 공동체 라디오를 개국했다.
역시 우수상을 받은 경기 시흥시는 노후된 반지하 주택에 사는 거주민을 지상으로 이주하도록 지원한 뒤 리모델링해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했다. 전남 화순군은 인구 유치 및 청년·신혼부부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해 지역 아파트 400채를 임차해 월 1만 원의 임대료만 받고 빌려주고 있다.
이날 오후 진행된 시상식에는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 GH, 공간복지 1호 ‘동두천 아동돌봄센터’ 착공
시상식과 함께 열린 콘퍼런스에선 세계적 석학 등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기조 발제를 맡은 김 사장은 “경기도민의 58%는 아파트에 살지만 나머지는 문화 및 공공 공간이 부족한 다세대 및 연립주택 등에 거주한다”며 “지자체와 GH가 함께 방치된 공간을 활용해 편의 공간을 만드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GH는 올 8월 ‘공간복지 1호 사업’으로 동두천의 빈집을 활용한 아동돌봄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GH와 경기도가 사업비 약 55억 원을 투입해 주민 공동 이용시설을 지으면 지자체는 이 시설을 주거복지 사각지대 아동을 위한 돌봄 공간과 북카페 및 창작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탕 옌 중국 칭화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간복지 해외 우수사례’를 통해 베이징의 하천 주변 정비 사업을 소개했다. 그는 하천을 정비해 주민들의 학교와 공원으로 변화시키며 삶의 질을 향상시킨 사례를 발표해 호응을 얻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간복지를 통한 미래전망’을 주제로 전 세계 도시의 흥망성쇠를 정리하고 한국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선 업무 공간과 거주 및 공공 공간을 유연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복합 공간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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