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작가 성추행 범행으로 전태일동상 위상 실추…새 상징물로 교체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6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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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동상 존치·교체 숙의위원회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작가의 범행으로 인해 그가 제작한 전태일동상마저도 위상이 실추됐다.”

전태일동상 존치·교체 숙의위원회가 12일 전태일 재단에 전달한 권고문에서 지금의 청계천 전태일 동상을 새로운 상징물로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옥상 작가의 성추행 사건이 결국은 동상 교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단은 고문단, 운영위원회, 이사회 논의를 거쳐 노동계, 여성계, 법조계, 종교계 등 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해왔다.

16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권고문에 따르면 위원회는 재단에 “소중한 역사의 상징이었던 전태일동상은 상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동상을 제작한 작가가 최근 성추행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단의 제안을 받은 위원회는 9월 11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다양한 의견을 놓고 토론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18년 전 전태일동상의 건립 과정을 살펴봤다”며 “노동자와 시민들의 의견과 정성을 모아내고, 전태일다리에 동상을 건립하는 과정에 책임을 지셨던 분들의 ‘동상 존치 입장’도 경청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의 동상 철거를 반대하시는 시민들의 의견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서는 “숙의위원들은 ‘성범죄를 저지른 작가가 제작한 현재의 동상만이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상징할 수 있는가? 다른 동상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가의 성추행은 약자에 대한,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위치한 창작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자 착취”라며 “이는 약자를 지키고자 자신의 목숨을 바친 전태일 열사의 정신에 반하는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임 작가를 비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이 동상을 찾는 사람들은 약자의 위치에 있던 여성 노동자에게 고통을 주었던 작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권고 사항을 재단에 밝혔다.

-현재의 동상은 전태일 정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상징물로 교체하기를 권고드립니다.
-새로운 상징물의 건립은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의 사랑과 연대의 정신을 이어가는 노동시민사회가 폭넓게 의견을 모아서 추진하기를 권고드립니다.
-현 동상 또한 역사이므로 새로운 상징물이 건립될 때까지 현재의 장소에 유지하며 교체한 이후 전태일재단이 보관하기를 권고드립니다.

이에 대해 재단은 “이사회를 개최해 권고문과 관련된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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