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자 고용 연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법정 정년은 한국과 같은 60세다. 하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사업주가 65세까지 고용 의무를 져야 해 ‘사실상 65세 정년제’라고 볼 수 있다.
16일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일본의 정년제도는 장기간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충분한 사전 준비를 거쳐 점진적으로 발전했다. 1971년 고령자 고용 관련 법이 처음 제정됐고, 1986년 사업주가 60세 이상 정년을 보장하도록 노력할 것을 법으로 의무화했다. 정년 60세가 의무적으로 시행된 건 1998년이다. 그사이 정부는 기업의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각종 보조금과 노사 자율 도입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정년 의무화 직전 대다수 기업이 이미 제도를 도입한 상황이었다.
2000년부터는 65세까지 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했고, 2013년 65세 이상 고용 의무화를 전면 시행했다. 이는 60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가 △65세로 정년 연장 △계속고용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1971년 고용 관련 법 제정부터 42년 이상의 논의를 거쳐 도입된 셈이다. 계속고용이란 정년퇴직 후 재계약 등으로 고용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65세 고용 의무화 조치를 실시하는 기업의 약 70%가 계속고용을 선택했다.
나아가 2021년부터 근로자가 원하면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주도록 노력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했다. 다만 여기에는 창업, 프리랜서 계약, 사회공헌활동 등 더 폭넓은 활동을 포함해 고용 연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의 초고령화, 연공형 임금·인사체계 등은 한국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한국이 정년 연장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 주는 시사점이 많다. 전진호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일본은 고령자 고용 관련 노력 의무를 먼저 규정한 뒤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충분한 준비를 거쳐 의무화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2013년 법제화 후 3년 뒤 곧바로 정년 60세 의무화를 시행했지만 아직도 제도가 정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식 계속고용 제도는 주로 ‘계약직 재고용’이기 때문에 임금 수준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근로자의 노동 조건이 나빠지는 한계도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계속고용보다 적극적인 정책 수단인 법정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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