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경찰, 치사 증거 불충분 결론
‘과실 여지’ 국과수 감정 수용 안해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여성에 대해 경찰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강릉경찰서는 이 사건의 운전자 A 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의 이번 결정은 A 씨의 과실 가능성을 인정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국과수는 사고 차량의 제동 계열에 작동 이상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량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 씨 측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제출된 민간 전문기관의 음향 분석에선 “블랙박스 영상에 담긴 음향을 분석한 결과 변속 레버를 바꾸는 소리는 감지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 역시 국과수 감정 결과가 실제 엔진을 구동하며 검사한 게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는 A 씨의 과실을 뒷받침할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6일 오후 4시경 강릉시 홍제동에서 A 씨가 몰던 SUV가 도로 옆으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같이 탑승했던 손자가 숨졌는데, 안타까운 사연에 전국에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가 쇄도했다. A 씨 가족이 올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에 약 5만 명이 동의하면서 관련법 개정 논의도 진행 중이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