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이종석 헌법재판관(62·사법연수원 15기)은 정통 보수 성향 법관으로 분류된다
법조계에서 이 후보자는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10월 헌재 재판관 취임 후 이듬해 4월 낙태죄 헌법소원 사건에서 소수의견으로 합헌 의견을 냈고, 올 3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선 “검사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는 소수의견을 내며 법무부와 검찰 손을 들었다.
2012년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로 STX그룹 등 굵직한 기업의 회생사건을 맡으며 단기간에 회생절차 졸업을 유도하는 ‘패스트트랙’를 처음 도입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있던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검사였던 윤 대통령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이후 “친구는 친구, 일은 일”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성품이 온화하고 배려가 깊은 스타일”이라고 했다. 지난달 퇴임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후임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고,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차기 대법원장으로 추천한 법조인 5인 명단에도 포함됐다. 이 후보자는 18일 퇴근 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는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국가기관으로 알고 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해 헌재소장이 되면 재판관 잔여 임기인 내년 10월까지 재임하게 된다. 10개월 동안 임기를 수행한 이진성 전 헌재소장에 이어 두번째로 짧은 임기를 역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헌재 재판관은 연임이 가능한 만큼 연임 방식으로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친분이 깊다는 점, 잔여 임기가 11개월 밖에 안 남았다는 점 등을 문제삼고 있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과의 친분에 따른 중립성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유념해서 업무를 보도록 하겠다”고 했고, 임기 문제에 대해선 “여러가지 의견이 있는 것을 언론보도에서 봤다”면서도 “제가 말씀드리기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윤 대통령에게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했더니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비판했다.
국회 과반을 점유한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국회 임명동의안 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헌재소장은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 임명할 수 있다. 유남석 현 헌재 소장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10일 전까지 국회 인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법부 양대 수장인 대법원장과 헌재 소장 자리가 동시에 비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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