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기승을 부리던 빈대가 국내에도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계명대 신축 기숙사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빈대에 물렸다는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 빈대에 물린 뒤 피부가 부풀어 올랐던 이 학교 학생 A 씨는 “증상이 얼굴까지 퍼져 피부과를 찾았는데 고열이 계속됐고 염증수치가 올라갔다”며 “신축 기숙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당황스럽다”고 했다.
조사에 나선 대학 측은 기숙사의 한 방에서 빈대를 발견했다. 계명대 관계자는 “단기 교환학생이었던 영국 국적 학생이 기숙사 방을 이용한 직후여서 연관성을 조사 중”이라며 “해외에서 입국한 학생이 빈대를 옮겨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사과문을 올리고 19, 20일 기숙사에 대한 대대적 방역을 진행했다.
빈대는 최근 인천의 한 찜질방에서도 발견됐다. 피해 신고를 받은 인천 서구는 13일 찜질방을 조사해 살아있는 빈대 성충 1마리와 유충 1마리를 발견했다. 찜질방 업주는 서구청에 “한 달 전부터 빈대가 나와 방역 조치를 취했는데 완전히 박멸하는 건 어려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과거 빈대가 흔했지만 1970, 80년대 살충제가 보급되며 자취를 감췄다. 2007년 20년 만에 서울에서 빈대가 발견된 사실이 뉴스가 됐을 정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 변화와 팬데믹 이후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빈대 등장 등의 이유로 국내 곳곳에서 빈대가 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충 방역 업체를 운영하는 신창섭 씨(63)는 “예전에는 빈대 방역 문의가 한 달에 2,3건이었는데 최근에는 일주일에 2,3건씩 들어온다”며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찜질방이나 모텔, 고시원 등에서 빈대가 출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해외 입국자의 경우 빈대가 여행가방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 입국자 가방에 대한 방역이 필요하다”며 “외국인이 많이 찾는 시설의 경우 가방을 별도로 보관하는 구역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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