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대책]
2차 건보개혁… 보사연 밑그림 공개
소청과 등 비인기 진료과목이나
암 등 치료 비수도권병원 지원 확대
경증환자 대형병원 이용땐 ‘페널티’
이르면 내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응급 질환 진료에 몰아주고 불필요한 외래 진료 이용에 본인부담금을 대폭 올리는 개혁이 추진된다. 정부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지역 국립대병원을 키우는 한편, 현재 경증·비응급 질환에 치중된 건강보험 제도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19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초점을 두고 ‘제2차(2024∼2028년)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청회에서 공개한 ‘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연구 중간 결과’ 보고서는 정부 개혁안의 밑그림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중증·응급 수술 등 생명과 직결된 의료 행위의 건강보험 수가(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진료비)를 집중적으로 높이자고 제안했다. 현재는 매년 경증과 중증 질환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의료 행위의 수가를 똑같은 비율로 올린다. 하지만 앞으론 치료 효과 대비 가격이 비싼 감기 치료 같은 의료 행위의 수가는 동결시키고, 중증 외상 치료처럼 소외됐던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대폭 올리자는 얘기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시장 논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비인기 진료과목이나 암이나 희귀 질환을 치료하는 비수도권 병원도 지원 대상이다. 연구진은 응급 수술을 위해 의료진을 대기시키거나 병상을 비워두는 데 드는 비용을 보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반면 무분별한 과다 의료 이용에는 본인 부담을 높인다. 복지부는 앞서 연 365회 이상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현행 30∼60%인 건강보험 진료비의 본인 부담 비율을 90%로 대폭 올리는 방안을 밝혔다. 연구진은 본인 부담을 올릴 대상에 ‘하루에 여러 번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또 경증·비응급 질환으로 대형병원이나 응급실을 방문하면 추가적인 진료비를 부담하도록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번 연구보고서에는 노인층에 비해 건강보험료는 많이 내지만 진료비 혜택은 적게 받았던 청장년층에 대한 지원책도 포함됐다. 만 20∼34세 청년에게 매달 자기 부담 보험료의 10%를 적립해 주는 ‘청년 건강 계좌’가 그중 하나다. 여기 쌓인 돈을 원하는 의료서비스에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구상이다. 중장년도 또래보다 의료비를 적게 썼다면 매년 10만 원 상당의 건강검진 바우처를 지급해 선택 검진에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노인의 경우 본인 부담을 깎아주는 현행 방식보다는 스스로 건강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개별 지원금을 주자는 제안도 나왔다. 현재는 65세 이상은 ‘노인 외래 정액제’에 따라 총진료비가 2만5000원 이하이면 본인부담금을 깎아주는데, 이런 방식이 불필요한 병·의원 방문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연구를 맡은 신현웅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는 병·의원이 의료 행위를 많이 할수록 진료비를 더 받는 구조인데, 장기적으로는 진료의 질과 결과에 따라 진료비를 차등해서 받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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