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음주 단속을 피해 도주하던 음주운전자가 인근을 지나던 고등학생들의 추격으로 붙잡혔다.
20일 강원 춘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9시경 춘천시 효자동의 한 도로에서 음주 단속 중이던 경찰들은 단속을 피해 인근 카페 골목길로 우회하는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은 곧장 순찰차로 추격했다. 운전자 A 씨(47)는 경찰의 정지명령에도 불응한 채 계속 차를 몰아 도망쳤다. A 씨는 폭이 좁은 길을 만나자 차를 세워두고 냅다 뛰어 줄행랑쳤다.
A 씨는 아파트와 편의점 등을 드나들며 도주했다. 당시 A 씨를 쫓던 최성룡 춘천경찰서 경위는 “(많은) 장비들을 착용해서 무게 탓에 뛰는 게 힘든 부분도 있다. 사고 위험성 탓에 (차량으로) 적극적으로 쫓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때마침 현장을 지나던 고등학생 4명은 “정지하라”는 경찰의 외침을 무시하며 뛰어가는 A 씨를 보고 추격전에 가세했다.
500m가량 추격전을 벌인 끝에 인도와 도로 사이 펜스를 넘어 달아나던 A 씨를 경찰과 고등학생들이 함께 제지해 붙잡았다.
A 씨의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0.03~0.08%)에 해당하는 0.062%였다.
A 씨 검거에 도움을 준 고등학생들은 각각 성수고등학교, 춘천고등학교,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 등에 재학 중이며 서로 친구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고 1학년 김효준 군은 “경찰분이 ‘멈춰’ 하면서 따라가시길래 도움이 되고자 저희도 뛰었다. 당연하게 도와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춘천경찰서는 해당 고등학교들을 방문해 학생 4명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음주운전자를 검거했다”며 “최근 각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표창장과 감사의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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