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난기금 지출률 2020년 77.7%→올해 7.9%로 뚝
용혜인 의원 "정부 차원에서 지출 활용 지침 마련해야"
지방정부의 재난기금 지출 규모가 최근 4년 새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지출 규모가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재난 예방과 대비를 위해 재난기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기금·재해구호기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재난관리기금 지출률은 2020년 77.7%에서 2023년 7.9%로 급락했다.
지출액은 2020년 5조4460억원에서, 2021년 1조6670억원, 2022년 1조9820억 원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2820억원에 그쳤다. 재해구호기금 지출률 역시 2020년 83.2%에서 2023년 24.0%로 떨어졌다. 올해는 7월까지의 지출 현황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재난기금 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지방정부는 법령에 따라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을 의무적으로 적립한다. 재난관리기금은 모든 광역·기초지자체가 보통세의 1%, 재해구호기금은 광역지자체가 보통세의 0.5%(특별시는 0.25%)씩 각각 적립한다.
올해 7월까지 재난관리기금은 3조5565억원, 재해구호기금은 8066억원이 적립됐다.
재난기금 지출률 감소를 지역별로 보면 재난관리기금은 대구광역시, 재해구호기금은 전라북도가 지난 4년간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2020년 적립한 재난관리기금의 93.3%를 지출했으나, 올해는 7월까지 3.6%를 지출하는데 그쳤다. 서울(87.7%→4.5%), 강원(86.8%→14.9%), 인천(94.1%→22.6%) 또한 재난관리기금 지출률이 큰 폭으로 감축됐다.
재해구호기금도 충청남도(11.0%→20.5%), 충청북도(4.6%→2.8%)를 제외하고 모든 시도에서 46% 이상의 감소폭을 보였다.
이처럼 올해 재난기금 지출이 급격히 감소한 원인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든 후 지방정부가 재난기금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첫 해인 2020년 재난관리기금 7조91억원, 재해구호기금 2조1280억원 가량을 적립하고 이 중 80% 가량 지출했다. 그 후 3년 간 기금현액 수준은 3조~4조원 수준으로 유지됐지만 올해 코로나19 확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출액이 크게 감소했다.
재해구호기금의 경우 임시주거시설 제공, 생필품 제공, 심리회복 지원 등 ‘재해구호법’상 정해진 ‘재해구호’에 지출 용처가 한정돼 있어 재난 발생과 규모에 따라 기금 지출이 감소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재난관리기금은 지방정부의 재난·안전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비교적 용도가 광범위하다. 재난관리기금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9년도 말 정부는 재난관리기금을 특정 항목을 제외하고 지출할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세 감소로 전염병 대응을 위한 지출 비용은 줄었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다변화 등 재난 예방·대비 과정에 충분히 지출할 수 있음에도 지방정부는 이렇다 할 지출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용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재난기금은 법정적립액을 훌쩍 넘겨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지방정부가 이를 재난 예방과 대비에 적극 활용할 계획을 마련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체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재난관리기금 지출 활용 지침을 정리해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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