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의대는 우리 지역에” 총선 앞두고 여야 ‘지역 핌피(PIMFY)’ 우려[정치 인&아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0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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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대학 의과대학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서울시내 한 대학 의과대학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전남권 국립의대 설치를 위한 일이라면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온몸을 기꺼이 바치겠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

“220만 도민의 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열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충남은 의대 정원 확대 범도민추진위원회 결성 등 총력을 다해 나아갈 것이다.”(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

의대 정원 확대 관련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정치권에선 지역별 의대 설립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숙원 사업인 의대 유치를 꺼내 들며 지역구 챙기기에 나선 것. 정치권에선 “자칫 국민적 관심사인 의료인력 확대 문제가 ‘지역 이기주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지도부 “지역 이기주의 자제령”
여야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을 향해 ‘지역 이기주의 자제령’을 내렸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20일 당 회의에서 “이 문제(의대 정원 확대)가 자칫 정치 포퓰리즘에 휘둘리거나 지역이기주의로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 의대 신설과 관련해 “특정 지역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획일적으로 행정구역에 따라 고려하는 것보다 각 권역에서의 의료 상황을 살펴 가며 논의를 해야한다”고 했다. 당장 정부가 의대 정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기도 전에 특정 지역에 특혜를 주는 모습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전남 의대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쟁’으로 번지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공공의대나 지역의대를 서로 ‘내 지역’으로 끌고 가려고만 하면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결국 지역다툼이라는 늪으로 빠지게 된다”며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지역 이슈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의료 체계 발전을 위해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전남 의원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정부의 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지역 의대’부터 얘기하는 게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남 의원들에게 삭발 자제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특정 지역 명칭 붙인 의대 설립법만 8건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살아있다. 이날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구체적인 지역명을 달고 발의된 의대 설립 법안만 8건이다.

같은 전남 내에서도 지난해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목포의대법),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은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치 및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특별법’(순천의대법)을 낸 상태다.

여당 의원들도 자신들의 지역 및 당 텃밭 위주로 의대를 설립해달라는 법안들을 줄줄이 내놨다. 국립창원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강기윤 의원), 국립공주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성일종 의원), 경상남도 내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 설치 특별법안(최형두 의원), 경기북부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최영희 의원) 등이다.

지역의대 신설 관련 법안들은 모두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원회 계류 중이다.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의대 정원과 지역의대 설립을 논의할 경우 구체적인 장소를 놓고 이견이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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