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지자체가 알아서 해결을”
지자체도 감당 못해 사업규모 축소
‘연말 예산국회서 부활’ 마지막 기대
“지역화폐 없애면 단골 안올 수도”
경기 고양시에서 10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46)는 요즘 잠이 안 온다. 고양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추가 적립을 중단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씨는 “손님 중 상당수가 지역화폐인 고양페이로 결제를 한다”며 “추가 적립 없이 정가로 판매하면 누가 지역화폐를 구입하겠나. 단골이 줄어들까 싶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고양시가 13일 추가 적립 중단 방침을 밝힌 건 예산 문제 때문이다. 고양시는 지난해 64억 원의 국비 지원을 받아 10% 추가 적립 혜택을 줬다. 올해는 19억2000만 원으로 대폭 삭감되며 혜택이 7%로 줄었다. 내년에는 국비 지원이 아예 끊길 상황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시 추경 예산안 처리까지 지연되면서 지역화폐가 존폐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 추경호 “지역화폐 국비지원 반대 ”
정부는 지난달 1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 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판단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역화폐를 반대한다. 지역에서 도움 되는 곳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결정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한시적으로 시행한 정책인 만큼 국가적으로 지원할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또 행정안전부도 올 5월부터 연 매출 30억 원 이상 업체의 지역화폐 가맹점 가입을 제한하며 무분별한 지역화폐 사용에 제동을 걸었다.
지자체들은 정부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취득세수 감소 및 지방 교부세 축소 등으로 지방재정까지 악화되면서 이미 지역화폐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화폐인 ‘대구로페이’를 올 7월까지 1041억 원만 발행했다. 올해 총발행 목표(5700억 원)의 5분의 1 수준만 발행한 것이다. 대전시의 경우 월 구매 한도를 기존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깎고 최대 15%였던 환급 비율도 3%로 줄이며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다.
● 지자체 “국회 예산 반영 필요”
문제는 내년이다. 지자체 상당수는 정부 예산안대로 국비 지원이 사라질 경우 지역화폐 폐지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방 교부세가 줄고 지방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국비 없이 시비만으로는 대구로페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혜택이나 발행 규모를 더 줄이겠다는 곳도 있다. 인천시는 영세 소상공인에 대해서만 혜택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환급률 3%를 적용 중인 대전시 관계자는 “국비 삭감은 치명타나 다름없다. 혜택을 더 줄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주도도 할인율 축소를 검토 중이다.
지자체들은 지난해처럼 국회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일부라도 예산에 반영될 경우 지역화폐 퇴출 사태는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인 만큼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야가 막판에 예산을 되살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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