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불가’ 녹내장…“술만 끊어도 실명위험 37% 낮아져”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23일 10시 04분


"소량 음주도 실명 위험 유의하게 높여"

녹내장으로 진단 받은 환자가 금주를 시작하면 실명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금주를 결심한 환자들은 녹내장 진단 후 음주를 지속한 환자들에 비해 실명 발생 위험도가 약 37% 낮았다.

서울대병원 김영국 교수(정윤 임상강사)·서울의대 윤형진 교수(김수환 연구원)·제주대병원 하아늘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녹내장을 처음 진단 받은 음주자 1만3643명의 음주습관 변화 여부에 따른 실명 위험도를 2020년까지 추적 분석한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녹내장은 서서히 진행하는 퇴행성 시신경병증으로 주요 실명 원인 중 하나이다. 현재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안압 하강제를 점안해 질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다. 금주나 금연, 운동의 중단 또는 증량이 녹내장 경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1인 연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8.3L(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음주 습관의 변화가 녹내장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했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들을 녹내장 진단 후 알코올 섭취 여부에 따라 지속적인 음주자 및 금주자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어 음주량에 따라 ▲소량 음주자 ▲과량 음주자, 주당 음주 빈도에 따라 ▲저빈도 음주자 ▲고빈도 음주자로 추가 분류했다. 이후 음주 습관의 변화와 녹내장 환자의 실명 위험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은 1만3643명의 음주자 중 2866명은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주를 결심한 환자들은 녹내장 진단 후 음주를 지속한 환자들에 비해 실명 발생 위험도가 약 37% 낮았다.

녹내장 진단 후 소량의 음주도 실명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과량 음주자(주 105g 이상 음주)는 실명 위험이 약 1.78배 증가했고, 소량 음주자의 경우에도 약 1.52배 증가했다.

특히 실명 위험은 알코올 섭취량뿐 아니라 섭취 빈도와도 연관이 있었다. 금주자와 비교했을 때, 고빈도 음주자(주 4일 이상 음주)의 경우 실명 발생 위험이 약 2.5배 더 높았다.

김 교수는 “녹내장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술을 줄이거나 끊도록 하는 생활 습관 개선 권고는 녹내장 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포괄적인 의료 접근이 중요한 시기에 이번 연구 결과는 생활습관 교정이 만성질환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증명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는 환자에게 음주 습관이 있는 경우 금주를 권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근호에 소개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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