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쇼핑몰·가상계좌 통해 1조6000억대 돈세탁 도운 일당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23일 11시 39분


PG사와 가맹점 계약…가상계좌, 범죄조직에 제공
총책 등 23명 검거, 13명 구속 재판 뒤늦게 밝혀져
1조 6000억원 불법세탁 대가로 1% 160억원 챙겨

허위 쇼핑몰 등을 만들어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가상계좌를 이용해 범죄조직에 제공, 약 1조 600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대가로 160억원을 취득한 일당이 붙잡혀 재판 중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를 받는 총책 A(48)씨 등 23명을 검거하고 이 중 13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 일당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허위 쇼핑몰 등 사업자를 등록해 PG사 3곳과 가맹점 계약을 맺고 인터넷 도박, 전화 금융사기, 자녀 피싱 등 1200개가량의 범죄조직에 6만 4602개의 가상계좌를 유통해 약 1조 6000만원 상당을 불법 세탁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당은 ‘업계 최저 수수료보장, 수사기관 문제 발생 시 끝까지 책임지겠음’이라는 내용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광고를 통해 모집했으며 범죄조직과 사전 거래를 통해 거래 금액의 1%인 160억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경찰이 압수 및 수색영장을 집행하자 추적을 피하고 수사 확대 방지를 위해 가상계좌 생성과 직접 관련이 없는 명의도용 피해자 정보를 회신하거나 영장에 기재된 피해자 정보 등을 이용해 피해금을 반환해 주는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전화 금융사기 및 인터넷 도박 등 범죄조직은 자금 추적 회피 및 세탁 용도로 타인과 유령법인 명의로 개설된 대포 통장을 범행 수단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통장 발급 절차 강화 등 확보가 어려워지고 유통 단가가 상승하며 신고 계좌가 정지돼 범죄수익금을 출금하지 못하게 되자 대안으로 ‘가상계좌’를 이용한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가상계좌의 경우 피해자 신고가 있더라도 해당 모계좌만 정지되며 허위 사업체와 연결된 PG사의 계좌는 정지되지 않아 계속해서 또 다른 가상계좌 생성 및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A씨는 대전지역 폭력범죄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범죄조직에 가상계좌를 유통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취득하기로 계획하고 사무실을 마련한 후 평소 알던 다른 폭력단체 소속 친구 및 후배들을 조직원으로 포섭했으며 이는 경북과 전북 등 전국 5개 단체 소속 조직원 일부가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허위 전자상거래 사업체 및 인터넷 쇼핑몰 홈페이지를 구비한 뒤 정상적인 사업체인 것처럼 PG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전자 지불 시스템 관리 권한을 부여받아 사실상 가상계좌를 무제한으로 생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초께 조폭들이 가상계좌를 유통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PG를 압수수색해 허위 사업체 및 유통된 가상 계좌의 입출금내역 등을 확보, 7개월 수사 끝에 A씨 등 23명을 검거했다.

강력범죄수사대 김재춘 대장은 “PG사의 경우 혐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 수사를 진행했는데 현재까지 입건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PG사는 자신들의 이익이니 이상하다고 해서 굳이 제제하거나 제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인다”라며 “금융 당국에 PG사의 관리감독 및 신고 의무 부과 등 개선 부분을 공문으로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일당을 피의자들을 각각 순차적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이중 3명은 1심 결과 징역형 집행유예 및 추징금 등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20명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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