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이 지금보다 1000명 늘어나면 의대에 합격할 수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합격선(국어, 수학, 탐구 3과목 점수 합계)이 2.4점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자연계열 학과에 합격할 점수로 의대에 갈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으로 ‘이공계 블랙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2023학년도 전국 의대 합격생 상위 70% 컷을 기준으로 의대 정원이 1000명 늘었을 때의 합격선을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1000명 늘면 수능 국·수·탐 평균 점수는 현재 95.3점에서 94.5점으로 0.8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상위권 학생이 모두 의대를 간다고 가정하고, 1000번째 학생의 평균 점수를 합격 하한선으로 본 것이다. 3과목의 평균이 아니라 각각 점수를 합산하면 모두 2.4점이 하락한다.
의대 합격선이 떨어지면 이른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자연계로 진학할 학생들이 대거 의대로 몰릴 수 있다. 현재 이 3개 대학의 자연계 학과는 총 91개다. 이 가운데 의대 지원이 가능한 점수인 학과는 26개(28.6%)다. 의대 정원이 1000명 확대되면 의대 지원권인 학과는 44개(48.4%)로 늘어난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자연계에 입학할 성적인 학생 2명 중 1명은 의대에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서성한’으로 묶이는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도 의대 정원이 1000명 늘면 의대 지원권인 학과가 현재 3개에서 6개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성한 전체 자연계 학과 45개의 13.3%다.
의대 정원이 3000명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자연계 학과의 80.2%가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의대 합격선은 국·수·탐 평균 93.5점으로 더 내려가 3과목 점수 합계가 총 5.4점 하락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늘면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자연계에서 의약계로 연쇄적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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