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표류’ 해법, 해외에서 찾다]
지역 병원 응급수술 네트워크 구축
韓처럼 의사난에도 ‘표류 사망’ 없어
10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응급관제센터. 벽을 가득 채운 모니터에 인근 모든 대형병원 응급실과 수술실의 포화도가 표시돼 있었다. 표시된 수치는 전부 100%가 넘었다. 모든 병상이 사용 중이고, 그보다 많은 환자가 대기 중이라는 뜻이다. 이 센터 제이미 나니아 선임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한국과 비슷한 ‘의사 부족 국가’다.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가 2.8명으로 한국(2.6명)과 비슷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적다. 경증·비응급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으면 8시간 넘게 대기하기 일쑤다. 가벼운 수술 예약은 1년씩 밀려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응급실 상황은 한국과 다를 바 없지만 캐나다선 중증·응급환자가 빈 병상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숨지는 일이 드물다.
11일 만난 앨버타주 보건성 수석의료책임자 마크 매켄지 씨는 2013년 도입한 ‘수술 전략 임상 네트워크(SCN)’를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앨버타주 병원은 전부 SCN에 소속돼 있어 수술 예약 환자의 응급도와 중증도를 인공지능(AI)으로 판단한 다음 더 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을 곧장 투입한다. 예컨대 A병원에 응급환자가 왔는데 그 병원에 전문의나 빈 수술실이 없으면 인근 B병원에 예정된 수술을 미루고 응급환자를 먼저 살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술을 받기 위해 직장에 휴가를 냈던 비응급 환자의 입원이 취소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수술이 미뤄진 일반 환자가 불만은 없는지 묻자 매켄지 교수는 “대다수 시민은 ‘나도 언젠가 생명이 위태하면 순서를 양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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