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 공시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이어 민노총도 회계 공시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노총 창립 이래로 이어진 ‘깜깜이 회계’ 관행이 근절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노총은 24일 오후 2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조 회계 공시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이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에게 불이익 방지 등을 이유로 회계공시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민노총은 부당한 노조법·소득세법의 개정을 추진할 것이며 세액공제와 무관한 운영자료등 노조 활동에 대한 개입과 간섭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노총이 1995년 결성된 후, 회계 외부 공시는 28년만에 처음이다
노동 개혁을 강조해 온 정부는 ‘깜깜이’로 운영된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난달 소득세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이달부터 노조가 매년 회계 결산 결과를 등록하도록 하는 공시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조합원 1000인 이상 노조가 정부의 공시시스템에 이 자료를 등록하지 않으면 소속 조합원들은 연말정산 때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15%)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년 동안 조합비를 10만 원을 냈다면 세액공제로 1만5000원을 돌려받았는데, 앞으로는 이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회계 공시 의무를 지는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등 303곳, 민노총 산하 등 249곳을 포함해 모두 673곳이다. 산하 조직이 회계를 공시했더라도 상급단체인 총연맹이 거부하면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된다. 양대노총은 정부의 회계공시제도 도입에 대해 “노조를 부패세력으로 내몰고 산하 조직의 총연합단체 탈퇴를 부추기려는 의도”라며 반발해왔다.
양대 노총은 당장 내년 연말정산에서 올해 4분기(10~12월)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2022년도 회계 결산 결과를 다음 달 말까지 공시해야 한다. 회계 공시가 세액공제 혜택이라는 조합원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데다 ‘깜깜이 회계’에 대한 내부 불만도 커지면서 회계 공시 참여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 조합원의 세액공제는 양대노총 입장에서 ‘급소’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양대 노총의 회계 공시 참여를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양대 노총은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한국노총은 상급 단체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산하 조직도 세액 공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는 부분을 ‘연좌제’로 규정하고 다음달 3일까지 조합원을 모아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202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최대규모 노동자대회로 성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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