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표류’ 해법, 해외에서 찾다]
환자 받으면 정부서 진료비 지급
응급의료 개혁해 ‘뺑뺑이 사망’ 예방
당국-병원-소방 참여 협의체 활성화
“일본 도쿄에는 구급대원의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병원 5곳이 거절하거나 갈 병원을 30분 이상 찾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서 당번 병원을 정해 반드시 응급환자를 수용하도록 하는 ‘도쿄 룰’이 있습니다.”
도쿄 고구시칸대 의대 다나카 히데하루 응급의학과 교수는 “15년 전 ‘구급차 뺑뺑이’로 응급환자들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도쿄 룰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당번 병원은 ‘표류’ 환자를 받기 위해 미리 병상을 비워둬야 한다. 당번 병원이 환자를 받으면 정부에서 수가(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진료비)를 지급한다.
일본도 처음부터 중증·응급환자 병원 이송 시스템이 지금처럼 잘 갖춰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도 ‘구급차 뺑뺑이’와 같은 의미의 ‘구급차 다라이마와시(たらい回し·대야 돌리기)’라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2008년 도쿄에서 구급차에 탄 임산부가 8개 병원에서 수용 곤란 통보를 받은 뒤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의료계와 협력해 응급의료체계 개혁에 나섰다.
같은 해 도쿄의 자택에서 흉통을 호소하던 90대 여성이 11개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사망한 일도 있었다. 당시 일본 응급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일반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응급환자들도 ‘구급차 뺑뺑이’를 당하고 있다. 그야말로 ‘응급의료 난민’이라고 불러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정부가 화답하면서 지금의 응급의료체계가 구축됐다.
일본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소방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가 발달돼 있다. 이 협의체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 시행한다. 오사카부의 마못테 네트워크와 오리온 시스템, 도쿄도의 도쿄 룰 등이 그 예다. 지난달 12일 만난 간사이대 의대 부속병원 가지노 겐타로 응급의학과 교수는 “협의체에서 함께 응급환자 이송 규칙을 정하고 이송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내린다”고 말했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2008년과 2013년, 마못테 네트워크와 오리온 시스템이 각각 도입될 때도 반발이 있었다. 지금의 한국에서처럼 의료계는 소방의 무분별한 이송을, 소방은 환자의 정보를 병원과 연동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구급차 뺑뺑이로 사망하는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대의를 위해 일본 소방당국과 의료계는 뜻을 모았다.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가타야마 유스케 응급의학과 의사는 “소방과 병원의 합의가 이뤄진 지역부터 먼저 시스템을 도입하고 점차 오사카부 전역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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