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주교황청 한국대사관 관저에 지난해 도둑이 들어 대사 부부의 신분증 및 500만 원 규모의 그림 등을 훔쳐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외 대사관 및 관저 내 도난 사건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주교황청 한국대사관 관저는 대사관과 바로 붙어 있어 자칫 중요한 기밀 자료가 유출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실이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으로부터 받은 ‘미술은행 작품 사고경위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1일 새벽 주교황청 한국대사관 관저에 도둑이 들어 그림 두 점과 대사 부부의 신분증과 차 키, 한국 신용카드 4장, 손목시계, 현금 600유로(약 85만 원), 한국 서류 등을 훔쳐갔다. 당시 로마 경찰의 사고 접수 신고서에 따르면 도둑은 새벽 1시47분에서 4시50분 사이 담을 넘어 관저 정원을 통해 침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사 부부의 신분증과 운전면허증, 서류 등은 금고에 따로 보관돼 있었는데 금고가 통째로 사라졌다. 도난당한 그림 중 하나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대여한 서양화가 김경자 화백의 ‘자연율 1032(Nature’s Rhythm)’로 가로 90.9cm, 세로 72.7cm 크기에 약 3700유로(500만 원) 상당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라진 또 다른 그림은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복제품이었다. 이밖에 대사관저에서 보관하던 한국 휴대전화 유심칩과 넥타이핀, 은 식기류 등도 함께 도난당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대사관이 이렇게 쉽게 도둑에 뚫리다니, 기밀 자료가 유출될 수 있었던 아찔한 사건”이라며 보안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대사관에 대여된 우리 미술품들이 도난당하거나 파손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미술품 관리에 대한 교육 및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