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표류’ 해법, 해외에서 찾다]
질환별 조치 ‘이송지침’ 매년 개정
지침 지키면 법적인 책임 안 물어
12일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시 중심가에 자리한 앨버타대 병원 응급실 앞. 5분에 1명꼴로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왔다. 하나같이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의식이 분명치 않았다. 지난해 앨버타주에서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찾은 환자 가운데 입원이 필요 없는 경증 사례는 약 10%에 불과했다.
이는 앨버타주 구급대원이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송을 사실상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급대원 출신인 이언 블랜차드 앨버타주 보건부 응급의료연구소장은 “응급환자이송지침(ATR)이 상세하고, 이를 토대로 이송했다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응급실 환자 절반이 경증인 한국과 가장 대비되는 지점이다. 국내에선 일부 경증 환자가 119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거나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달라고 요구해도 구급대원이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앨버타주는 매년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 결과를 분석해 ATR을 개정하고 있다. 최신 ATR에 따르면 저혈당 환자가 다른 증상 없이 어지럼증만 호소하면 동네의원 외래 진료를 안내해도 된다. 이런 환자 대다수가 별다른 처치 없이 회복했다는 분석을 반영한 것이다.
2016년 개정된 ‘보건인력법’에 따라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블랜차드 소장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한국에도 (환자 치료 결과) 자료가 있지 않나. 왜 그걸 활용해 구급대원에게 권한을 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앨버타주에선 현장 구급대원이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최적의 이송 기관을 선정해주는 조직이 있다는 점도 한국과 다른 점이다. 앨버타주는 2009년부터 모든 구급차를 보건부 산하로 통합해 구급센터가 빈 병상을 찾아주고 있다.
에디 랭 캘거리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앨버타주 보건부 응급의료과장)는 “우리(앨버타주)도 20년 전에는 응급환자가 거리를 떠돌다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지만 실시간 연계 시스템을 만든 뒤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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