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표류’ 해법, 해외에서 찾다]
환자 뒤섞이지 않게 해 과밀 막아
맹장염-복통 환자는 2차병원 보내
지난달 12일 찾은 일본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의 간사이대 의대 고도구급구명센터(응급실). 대학병원 응급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응급실에 온 환자들이 초기 치료를 받는 공간에는 ‘초료(初療)’라는 글자가 붙은 침대가 3개뿐이었다. 이 중 1개 침대에만 대퇴골 골절로 실려온 환자가 누워 있었다.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일본 대학병원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갈 수 있는 응급실을 철저히 분리해 ‘응급실 과밀화’를 막는다. 간사이대 의대 고도구급구명센터는 입구부터 둘로 나뉘어 있다. 왼쪽 입구는 심정지, 외상, 뇌졸중 등 중증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만 들어갈 수 있는 ‘구급차 전용’이다. 오른쪽 입구는 구급차 대신 걸어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가는 ‘구급 외래 전용’이다. 구급 외래 전용 입구로 들어온 환자들이 필요한 진료를 받는 공간이 따로 있어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들과 섞이지 않는다.
일본은 구급차에 탄 환자의 이송 병원을 선정할 때 구급대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한국처럼 경증환자가 무작정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달라고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구급대원은 지역별로 지방정부, 소방, 병원이 함께 참여한 협의체에서 만든 ‘이송·수용 규칙’을 따른다. 고쿠시칸대 의대 다나카 히데하루 응급의학과 교수는 “뇌출혈, 화상, 절단, 심정지 환자 등은 대학병원 응급실 같은 3차 병원으로, 맹장염 폐렴 복통 구토 환자 등은 2차 병원 응급실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다나카 교수는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은 당번을 짜서 야간에 발생한 심한 감기 환자 등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경증환자가 무작정 119를 부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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