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게 1000만 원을 뜯길 뻔한 위기에 놓인 고속열차(KTX) 승객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들이 도와 피해를 막았다.
26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경 대전역을 출발한 서울행 KTX 제48열차를 순회하던 노현호 열차팀장(서울고속철도열차승무사업소)은 열차 내에서 울고 있는 20대 여성 승객을 발견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던 이 승객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화면을 노 팀장에게 보여줬다.
이 승객은 ‘돈을 갖고 서울중앙지검으로 오라’는 사기범의 전화를 받고 1000만 원을 인출해 서울로 이동하던 중 불현듯 보이스피싱임을 깨닫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 사기범에게 영상통화로 본인의 인상착의와 주민등록증, 승차권 내용까지 전달한 뒤라서 혹시라도 열차 안에 범죄 조직원이 있을까 봐 불안에 떠는 상황이었다.
노 팀장은 먼저 승객을 안심시킨 후 즉시 112에 신고했다. 그는 경찰에게 구체적인 범죄 정황을 설명하고, 도착역인 서울역에서 승객이 안전하게 경찰을 만날 수 있게끔 열차 정보를 제공했다.
또 심혜선 승무원(코레일관광개발)과 함께 승객을 위로하고, 승객이 부모님과 통화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빌려주기도 했다.
서울역에 도착하기 전, 노 팀장은 이 승객이 탑승한 12호차가 아니라 1호차에서 사복 차림의 경찰과 만날 수 있도록 경찰에 요청했다. 혹시 이 승객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기 조직원들을 피하기 위한 묘책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서울역에는 사복 차림의 경찰 6명이 나와 있었다. 승객은 노 팀장과 심 승무원 등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한 뒤 경찰의 인도에 따라 무사히 역을 빠져나왔다. 노 팀장의 기지로 1000만 원의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이후 이 승객은 코레일 측에 감사 편지를 보내 자신이 처했던 위기에 대응해 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승객은 “KTX를 타면 친절한 승무원들이 항상 생각날 것 같다. 감사하다”고 적었다.
노 팀장은 “승객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코레일 직원으로서 당연한 의무”라며 “앞으로도 모든 고객이 KTX를 타고 안전하게 여행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적극적인 자세로 고객을 보호한 노 팀장과 심 승무원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 격려하고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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