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곳곳엔 인파 관리용 안전펜스와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경찰은 시민들이 우측으로만 통행하도록 연신 안내했다. 거리에서 만난 김모 군(17)은 “바리케이드를 활용해 일방통행을 유도하니 인파가 섞이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핼러윈 주말인 이날 이태원 거리 모습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랐다. 거리는 상대적으로 한산했고 핼러윈 의상을 입은 이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길에서 만나는 두 명 중 한 명은 경찰이라고 할 정도로 안전관리인력이 대거 배치됐다.
핼러윈을 즐기려는 이들은 대신 홍대와 강남역 등으로 몰렸다. 28일 오후 9시경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거리 일대에선 30, 40명씩 입장 대기 줄을 서 있는 술집과 클럽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거리에서 만난 고모 씨(17)는 고양이 코스프레를 한 채 “주말이면 종종 홍대에 오는데 유독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축제를 즐기는 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다”며 “홍대에 온 것도 이태원에 비해 골목이 넓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 도시데이터 인구 추정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경 홍대입구 일대에는 9만~9만2000여 명이 몰렸다. 반면 이날 오후 10시경 이태원관광특구 일대에는 1만2000~1만4000여 명만 모여 지난해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강남역 인근에도 인파가 몰려 경찰과 소방 당국 등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저녁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서울 서초구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 ‘스마트허브센터’에선 직원들이 새로 도입된 인공지능(AI) CCTV로 실시간 집계되는 인파 숫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오후 10시경 “인파가 늘고 있다”는 말에 긴장이 흘렀지만 다행히 위험 수위를 넘진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안전 관리 노력과 시민들의 달라진 태도 덕분에 인파 사고 우려는 크게 줄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8일부터 이틀 동안 인파 관련 신고 3건이 접수됐는데 모두 오인 신고였다. 인파 관련 소방 출동 건수 역시 0건이었다.
다만 28일 오후 8시경 대구 중구 동성로 한 상가 앞 거리공연에 인파가 몰리면서 “걸어 다니기 힘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경찰 기동대 10명이 투입돼 공연 장소를 옮겼다. 동성로 로데오거리에서도 클럽에 입장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며 혼잡 신고 2건이 접수됐지만 인명 피해 없이 상황이 마무리됐다.
일부 시민들은 군복 등으로 거리를 걷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8일 오후 7시 반경 홍대 일대에서 군복과 군 배낭, 모형 총기를 든 채 걸어다닌 20대 남성을 군복단속법 위반 혐의로 적발해 즉결심판을 신청했다. 군과 관련 없는 민간인이 군복이나 군용 장구를 사용·휴대할 경우 벌금이나 구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이수연 인턴기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졸업 한종호 인턴기자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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