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에 사형’ 故 오경무씨, 56년만에 무죄 인정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30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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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형에 속아 1966년 납북…탈출 뒤 누명
여동생, 간첩 도운 혐의로 징역형 집유 선고
法 "간첩으로 보기 어려워…증거 위법 수집"
재판부, 유가족에 "위로의 말 드린다" 사과

북한에 방문한 후 간첩활동을 했다는 누명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일명 ‘제주 간첩 조작사건’의 피해자 고(故) 오경무씨가 재심에서 56년 만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반공법 상 간첩미수 등으로 사형이 집행됐던 고(故) 오경무씨와 간첩에 대한 편의제공 혐의로 여동생 오정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966년 당시 제주도에 거주하던 오경무씨는 북한에 거주하던 이복형인 오경지씨에게 속아 납북된 후 탈출했다.

오경무씨는 이 사건으로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아 1967년 4월 사형을 선고받고 사망했다. 오경무씨의 간첩행위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된 오정심씨도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지난해 3월 재심이 청구된 후 지난 5월 열린 첫 공판에서 오씨 남매 측은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에 대한 범행을 저지른 적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검찰 측은 “가족이었던 북한 공작원을 통해 밀입국하는 등 직접 연관된 실체가 있다”며 “변호인은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라고 주장하지만 실체가 조작된 사건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법원은 오씨 남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에서 쓰인 증거가 가혹행위에 의해 수집돼 위법성이 있는 데다 국가 안보에 중대한 해악을 끼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진술을 근거로 한 증거와 압수조서들은 불법체포에 따른 가혹행위로 임의성 없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이 사건의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경무씨가 지난 1966년 북한에서 돌아와 국내에 입국한 사실은 인정이 된다”면서도 “그러나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영향을 미친 행위를 인정할 수 없고 실질적 해악이 있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오경무씨가 간첩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정심씨의 혐의에 관해선 “우선 오경무가 간첩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정심씨가 (오경무씨의) 모든 사정과 행위를 알았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당시 시대 상황 하에서 가족의 정에 이끌려 한 행위로 가족 전부에게 가혹한 행위가 발생한 점에 대해 피고인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선고를 마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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