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나 등산로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려면 주택가나 도로에 설치할 때보다 비용이 2배 가까이나 듭니다. 기존 예산으로는 턱도 없어요.”
서울의 한 자치구 안전 담당 공무원은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강력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공원과 등산로 등에 CCTV를 설치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공원 1763곳 중 312곳은 CCTV가 1대도 없는 실정이다. 올 8월 등산로 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한 관악산생태공원의 경우 크기가 축구장(7140㎡) 10개보다 넓은 7만6521㎡(약 2만3000평)였지만 설치된 CCTV는 7대에 불과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달 18일 특별조정교부금 512억 원을 자치구에 지원해 공원 및 등산로 등 1640곳에 CCTV 5515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치구에선 “예산이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원이나 등산로 상당수는 전기와 통신 등 기초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일부 공원과 등산로는 산속에 있는데 주변에 아예 배전반이 없는 경우도 있다”며 “배전반 설치와 전선 매립 예산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했다. CCTV에서 촬영한 영상을 관제센터로 전송하려면 유선통신망도 필요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 5월 ‘정원도시 서울’을 내걸고 “공원과 녹지를 대폭 확대하고 연결해 서울 어디서나 5분 내에 정원을 만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선 “녹지만 늘리고 안전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으면 자칫 공원 등이 우범지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도선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민 여가를 위해 공원 등을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만 범죄에 취약할 수 있는 지점을 미리 파악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이 함께 선제적으로 CCTV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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