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봐야 하니 항상 눈이 아픕니다. 또 주의 깊게 못 보고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서울 한 자치구의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3년째 일하는 A 씨는 3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하소연했다. A 씨를 포함해 이 자치구의 관제요원들은 한 명이 800대 넘는 CCTV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모니터에는 수십 개의 CCTV 화면이 한 번에 비치는데, 눈을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이상 상황을 모두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CCTV 확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관제요원 인력난은 갈수록 가중되는 모습이다.
3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 6월 기준으로 자치구 25곳의 관제요원이 1인당 봐야 하는 CCTV 대수는 평균 1027대나 된다. 이는 지난해 말(764대)보다 34%나 늘어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영상정보처리기기 통합관제센터 구축 및 운영 규정’을 통해 ‘관제요원 1인당 50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그보다 20배가량 많은 업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영등포구의 관제요원 1인당 CCTV 대수는 2199대에 달한다. 구로구(1610대), 은평구(1511대) 등도 1인당 봐야 하는 CCTV 대수가 많은 편이었다.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종로구(492대)도 관제요원의 업무량이 행안부 권고 기준의 10배가량이나 된다.
이는 관제인력 충원이 CCTV 증가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362명이었던 25개 자치구의 관제요원 수는 올 6월 368명으로 소폭(1.7%)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CCTV는 6만619대에서 9만2991대로 53.4% 급증했다.
특히 올해 서울 관악구 등산로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가 늘면서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펴 달라” 등의 경찰 요청이 늘었다고 한다. 한 자치구 관제요원은 “눈은 두 개뿐인데, 수백 개의 화면을 동시에 봐야 하니 현실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화면을 넘기면서 스스로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상당수는 “관제요원을 늘리고 싶어도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특히 지난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자체 안전규정이 강화되면서 용역업체 직원을 관제요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 구가 적지 않다. 이 경우 관제요원 인건비 부담이 더 늘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능형 CCTV로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관제요원 확충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능형 CCTV로 전환하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만 아직은 지능형도 상황을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전문성을 갖춘 관제요원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범죄 예방 차원에서 투입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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