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물어 흡혈하는 빈대(베드버그)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미리 계획해둔 국내외 여행을 떠날지 고민하거나 아예 포기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자칫 숙소에 빈대가 출몰하기라도 한다면 여행을 망쳐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옷가지 등에 빈대가 딸려 올까봐 걱정된다는 이들도 있었다. 때아닌 ‘빈대 공포’로 여행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 여행을 계획했던 A 씨는 1일 한 육아 관련 카페에 빈대로 인해 숙소를 취소하고 당일치기 여행을 고민한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달 대구의 한 사립대 기숙사와 인천의 사우나에 이어 최근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기사를 보면서 찜찜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는 것. 이 글에는 “혹시나 싶어서 찜질방도 안 간다” “빈대 무서워서 여행 스케줄을 못 잡겠다” “당분간 숙박은 안 할 생각” 등의 댓글이 달렸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빈대에 더욱 민감하다. 오는 12월 아이랑 여행을 가려고 숙소를 예약했다가 급하게 취소했다는 B 씨는 “약을 뿌리면 된다지만,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여행 가서 독한 약을 뿌리기 힘들 것 같다. 숙소 침대 매트리스를 확인해도 여행 내내 신경이 쓰일 것 같다”고 했다.
빈대는 가려움증을 유발해 2차 피부 감염을 생기게 하는 해충이다. 흡혈 욕구가 강한데다 주로 야간에 흡혈하는 습성으로 수면까지 방해한다. 번식 속도도 빠르다. 빈대는 하루 2~5개의 알을 2~3일 간격으로 낳아 일생 동안 약 200개를 산란한다. 한 방역업체 관계자는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빈대는 개인이 약을 뿌린다고 해서 박멸되는 해충이 아니다”라며 “얼마나 많이 퍼졌는지에 따라 2~3차례 전문 방역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공동·숙박시설에서 빈대가 출현해 피해가 잇따르자 전날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방제 방안을 논의했다. 질병청은 앞서 “빈대는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아니라서 역학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이날부터 공항 출국장과 해외감염병 신고센터에서 영국, 프랑스 등 빈대 발생 국가 출입국자와 해당 국가에서 화물을 수입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해충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질병청은 개인이 행할 수 있는 빈대 대응 방안도 내놨다. 이에 따르면 빈대에 물리면 물과 비누로 씻고 증상에 따른 치료법 및 의약품 처방은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한다. 집 또는 공동 숙박시설에 있는 침대 매트리스나 프레임, 소파 등의 틈새를 직접 확인하라고도 했다. 질병청은 “빈대가 출몰하면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스팀 고열을 이용한 물리적 방제와 살충제 등 화학적 방제를 병행해야 효과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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